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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 앞에서

등록일 2016-12-07 02:01 게재일 2016-1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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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구 찬
여기는

소리가 잠들어 있는 곳

눈물 그렁한 모습으로 앉아

천둥소리, 바람소리를

배우고 익혀

해와 달이 스며드는

푸른 세월을 지나

에밀레, 에밀레

십이만 근의 서러운 어깨

꽃잎처럼 흔들면

소리는 허공에 날려서

바람에 날려서

우둔한 자의 귀를 열어

비로소 득음하는

그 경지 앞에서

에밀레종 앞에서 시인은 영원의 소리를 듣고 있다. 천 년 전 신라 중생들의 삶에 스며들었던 그 소리를 푸른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꽃잎처럼 흔들리며 바람에 불리어 오는 그윽한 종소리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살아가는 지혜와 동력을 얻는 것이리라. 이 차가운 아침 겨울 바람을 뚫고 스미는 그윽한 에밀레 종소리를 듣는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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