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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가지에 핀 다락방

등록일 2016-11-24 02:01 게재일 2016-1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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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호
검정 스웨터를 입고

자오선을 따라 건너는 사막

여섯 개의 황도를 따라

여섯 개의 조각난 태양이 돌고

얼굴 없이 달려온 아이의

부러진 손목에선 비늘들이 쏟아져

검은 부리의 짐승이 되어 날아올랐다

선인장 위에

난데없이 꽃 된 아버지가

천연덕스럽다

검은 꽃잎 속에 알몸을 심은 누이

아버지는 몹시도 누이를 사랑하신다

사방은 밝았지만, 해는 없었다 태양은 아버지처럼 아주 멀리서 기척만 만들고 바람 무거운 무화과가 심드렁히 제 살을 찢고 있었다

발갛게 익은 무화과 열매와 가난한 가족의 모습들이 겹쳐지는 풍경들이 낯설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시다. 시인의 몽상 속 풍경에는 가난의 흔적이 가득차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생활을 시인은 환몽의 방식을 빌려 무겁게 표현하고 있다. 사방은 밝았는데 해는 없고, 검은색 꽃잎 속에 누이가 있다고 상상하는 부분들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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