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 산
당신은 온다
삶의 하역장 같은 오일장 시장 바닥
지난 봄, 지난 겨울, 십 년 전 어는 날의 좌판
참빗과 좀약과 몇 묶음의 양말
그대로 온다
우리가 마주쳐 아슬아슬 몸을 피하듯
이 시장 바닥을 돌아가는 길은 없다
손금 같은 이 길을 걸어 아버지는 여든 살에 닿았다
그 세월의 절반쯤
이 길을 왕복한 내 삶의
참빗과 좀약과 몇 묶음의 양말
십 년 전의 어느 봄, 어느 겨울처럼
당신이 오는 저기 저 시장 바닥의 끝
빽빽한 속옷과 생선과 사람들 틈바구니
내 걸어갈 길 더듬어
당신은 온다
부욱북 절반의 몸통 끌며
어디론가 돌아가는 사람처럼 온다
이 시에는 장꾼 장씨와 아버지를 그리는 시적화자인 내가 나온다. 등장인물들의 삶의 양상들은 다르나 그리 녹록치 않은, 곤곤하고 힘겨운 한 생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이런 일들의 연속 혹은 반복 선상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다만 피할 수 없는 일들을, 꾸역꾸역 그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삶의 현장에 최선을 다해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