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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 - 앉은뱅이 장씨

등록일 2016-11-23 02:01 게재일 2016-1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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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산
해거름 지나 돌아가는 길

당신은 온다

삶의 하역장 같은 오일장 시장 바닥

지난 봄, 지난 겨울, 십 년 전 어는 날의 좌판

참빗과 좀약과 몇 묶음의 양말

그대로 온다

우리가 마주쳐 아슬아슬 몸을 피하듯

이 시장 바닥을 돌아가는 길은 없다

손금 같은 이 길을 걸어 아버지는 여든 살에 닿았다

그 세월의 절반쯤

이 길을 왕복한 내 삶의

참빗과 좀약과 몇 묶음의 양말

십 년 전의 어느 봄, 어느 겨울처럼

당신이 오는 저기 저 시장 바닥의 끝

빽빽한 속옷과 생선과 사람들 틈바구니

내 걸어갈 길 더듬어

당신은 온다

부욱북 절반의 몸통 끌며

어디론가 돌아가는 사람처럼 온다

이 시에는 장꾼 장씨와 아버지를 그리는 시적화자인 내가 나온다. 등장인물들의 삶의 양상들은 다르나 그리 녹록치 않은, 곤곤하고 힘겨운 한 생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이런 일들의 연속 혹은 반복 선상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다만 피할 수 없는 일들을, 꾸역꾸역 그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삶의 현장에 최선을 다해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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