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풀밭에 버려져 있다. 어둠이 와도 작동되지 않는 어머니, 엔진이 올라붙은 어머니, 풀에 가려 보일까 말까 한 어머니, 아무도 찾지 않는 어머니, 풀이 서걱거릴 때마다 기억의 뿌리가 흔들려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는 어머니, 어머니 풀밭에 버려져 있다. 대량 생산의 틈바구니에서 과열되던 눈물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을 떠올리며, 어머니 저기 버려져 있다. 모터가 타버려 수리되지 않는 어머니, 한낮이 머물다간 자리가 벌건 녹으로 번진다는 어머니, 기름칠 제대로 되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 저기 혼자 버려져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버려져 있다.
자식들을 낳아 기르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부분들을 생산해온 어머니를 기계로 보는 시인의 인식이 눈물겹다. 어디 그뿐인가. 무한한 사랑과 정성을 생산해내고 늙고 낡아가는 어머니라는 기계는 희생과 헌신의 기계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나이들고 병들어 쓸쓸한 기계로 낡아가지만 얼마나 거룩한 기계인가. 이런 위대한 기계들이 낡고 쓸모가 없다고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시인의 말에 씁쓸한 아침을 연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