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인
연노랑 꽃무늬 흰 레이스 커튼으로 바꿔 걸었다
꽃핀으로 양쪽 귀퉁이를 살짝
집어 올렸더니
한 마리의 큰 나비가 생겼다
팔락거리는 날개 사이로
하늘과 매실나무, 대추나무, 칡넝쿨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살짝 창을 열었다
꼬리치는 살랑바람이
데리고 온 새소리
호로록 짹짹째잭 라포록 라포록
자리다툼을 하는 새들로
방안까지 시끌벅적하다
뜻밖의 나비가 데려와 그린 풍경
유월 아침 식탁에 초대된 손님들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바꿔 단 커튼에서 시인은 경이로운 발견에 이른다. 커튼에서 큰 나비를 읽어낸 것이다. 문명 속의 나비는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시인은 그 나비가 데려다 놓은 하늘이며 매화나무, 대추나무, 칡넝쿨까지를 한꺼번에 얻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살랑바람이 몰고온 새소리까지 온 집안에 자욱하여 뜻밖에 찾아든 손님들 때문에 엄청난 행복감에 젖어듦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