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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을 위하여

등록일 2016-11-02 02:01 게재일 2016-11-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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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순 자
트럭 위

녹슨 철근들

한때 단단한 척추로 건물을 지탱하던

뼈들 달린다

모랫바람이 일고

힘든 노동에 울컥울컥 토하던 비린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견고한 뼈를 부식시키던 시간

생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굽이치던 모순과 은폐되던 의혹들

실핏줄처럼 이어지던 균열

어깨 짓누르던 무게를 벗고 달린다

만신창이 몸을 풀고

부서지지 않는 정신이 달린다

이제 다시 태어나 꿈꿀 것이다

시멘트 깊숙이 뼈를 세워 사랑을 할 것이다

향긋한 봄바람과 시원한 물소리를

단단한 몸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사랑할 것이다

트럭에 실려 가는 폐건축물 철근을 바라보며 시인은 새로운 생의 다짐에 이른다. 한 때는 든든한 뼈대가 되어 건물을 지탱해 주던 철근들이지만 은폐된 의혹과 굽이치던 모순을 품고 어디론가 폐기 되어버리는 처지를 바라보면서 시인의 현실 대결의지를 세우고 있다. 모순과 불구로 가득찬 현실에 당당히 맞서리라는 시인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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