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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밤

등록일 2016-11-01 02:01 게재일 2016-11-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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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 봉
깊어지는 밤, 나는 밤나무 숲으로 간다

깊어지는 밤, 나는 밤나무 숲 속으로

나를 보낸다

속절없이 보낸 낮의 행방을 찾으러

함부로 처형시킨 말들이

밤송이처럼 흩어져 있는 숲 속

다람쥐가 되어

껍질만 남은 말을 줍는다

말의 가시에 무수히 손 찔리며

속없는 말을 깐다

깊어지는 밤 시인은 가만히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낮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눈 수많은 말들을 곰곰이 되새겨보는 것이다. 속절없이 보낸 낮의 행방을 찾아 함부로 함부로 내뱉은 말들이 밤송이처럼 얼마나 남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했는지, 껍질만 남은 헛헛하고 부질없는 말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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