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주름집 한 채

등록일 2016-10-28 02:01 게재일 2016-10-28 18면
스크랩버튼
서 숙 희
깡마른 할머니 한 분 목욕탕에 드셨다

파란과 만장이 촘촘하게 내장된

다 낡은 압축파일 같은 주름의 집 한 채

이력이나 내력의 코드로는 읽을 수 없는

한세상을 품고 안고 길러내고 남은 몸이

접힌 채 퉁퉁 붇는다

탕 안이, 끈적하다

주름집 한 채는 파란만장 했던 할머니의 몸을 비유하고 있다. 낡은 압축파일에는 그녀의 기막힌 한 생의 기록들이 내장돼 있을 것이다. 한세상을 품고 안고 길러내고 남은 몸에 주름진 그 주름이야말로 거룩한 훈장 같은 것은 아닐까. 세상의 어머니들은 대부분이 주름집 한 채로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리라.

<사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