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숙 희
파란과 만장이 촘촘하게 내장된
다 낡은 압축파일 같은 주름의 집 한 채
이력이나 내력의 코드로는 읽을 수 없는
한세상을 품고 안고 길러내고 남은 몸이
접힌 채 퉁퉁 붇는다
탕 안이, 끈적하다
주름집 한 채는 파란만장 했던 할머니의 몸을 비유하고 있다. 낡은 압축파일에는 그녀의 기막힌 한 생의 기록들이 내장돼 있을 것이다. 한세상을 품고 안고 길러내고 남은 몸에 주름진 그 주름이야말로 거룩한 훈장 같은 것은 아닐까. 세상의 어머니들은 대부분이 주름집 한 채로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리라.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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