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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한획은 내 정신적 자유이자 고독한 사유의 생명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10-19 02:01 게재일 2016-10-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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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솔뫼 정현식 12번째 개인전<bR>21~30일 포항 문예회관<bR>독자 개발 `솔뫼민체` 한글서예·한문 등<bR>소품에서 병풍·대작까지 50여점 선보여

“고인이 법을 세우기 전에 고인은 어떤 법을 법으로 삼았을까요. 예술작품은 겉모양이 아니라 속이 살아있는 생명체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등록된`솔뫼민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개발, 각종 문화상품과 아파트 조형물에도 활용해 전국적인 명성을 날린 서예가 솔뫼 정현식(57).

포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3년부터 경주에서 솔뫼정현식문자예술연구소와 갤러리 솔뫼를 운영하며 서예술을 독자적으로 해석해 가고 있는 지역의 중진이다.

구도자적 서예술을 이해하는 서예인으로서 옛 사람의 틀에 안주해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작품에 시대를 담고 삶을 담기 위해 고민하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서예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전국적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정 작가는 디지털 시대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성의 서체를 창조함으로써 화제를 모은 서단의 이단아로 평가되기도 했다.

2004년 10월에 처음 선보인 디지털 폰트 솔뫼민체는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 `논어``금강경`등 뜻 글자가 담고 있는 함축적이고 심오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해체, 특유의 미의식과 구도로 재구성함으로써 현대서예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정 작가의 12번째 개인전이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자유자재(自由自在)한 서예담론`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그의 제3전환기로 평가되고 있다.

서예술의 본원과 금석문에 대한 깊이 있는 미학적 탐구를 모범적으로 해 온 그는 이번 전시회를 “한 점과 한 획은 내 정신적 자유의 행복과 고독하게 번민한 사유의 생명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번 열두 번째 전시회에 출품되는 50여 점의 작품들에서 새로운 서예세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붓질에 형상 보다는 인문학적 담론과 학문을 통한 깊은 서예술을 새롭게 일구기 위한 새로운 각오가 남다름을 알 수 있다.

선현들의 경구에서 삶을 관조하며 깨우친 깊은 사유와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고 성숙된 자아를 품은 인생으로 살아가자는 바람이 작품 곳곳에서 산견된다.

▲ 정현식作
▲ 정현식作

출품작들은 솔뫼민체로 쓴 한글서예와 서예 행서를 재해석한 한문, 도자 작품까지 아우르고 있다. 소품에서부터 7~8m에 이르는 대작과 16폭의 한글민체 병풍, 그리고 도자기에 민체 작품 등 솔뫼 서예의 독창성과 다양함을 한 눈에 만날 수 있다.

▲ 서예가 솔뫼 정현식
▲ 서예가 솔뫼 정현식

특히 비균제와 비균형이 지배하는 그의 자유분방하면서도 통제된 장인적 숙련성으로 한결 아름다우면서도 깊은 예술혼을 담은 작품들은 관람자들을 공명시키기에 충분하다.

글제는 `임제록`, `동다송`, `사구게`, `채근담`, `서보귀절` 등으로 다양하며 중국 당나라 선승 한산선사의 시구와 시편(詩篇)의 구절을 적고 명상을 담은 작품도 있다.

정현식 작가는 그동안 `제8회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대상, `제20회 삼일문화대상`본상, 서예문화상 및 한·중 서법대전 최고상 수상, 대한광복관추모탑 등 금석문을 휘호했으며 `솔뫼민체교본`, `노자도덕경`, `사자소학` `한글고체` 등의 저서가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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