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략핵심제도 자리 잡은 과정 조명
신간 ‘연구소의 승리’(계단)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연구소가 과학 발전과 국가 운명에 미친 영향을 추적하며, 연구소가 단순한 실험실 집합이 아닌 국가 전략의 핵심 제도로 자리 잡은 과정을 조명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근무하는 과학자인 저자 배대웅씨는 연구소가 국가가 직면한 약점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사회적 장치이자 제도적 발명품이라 설명한다.
독일은 1887년 정밀 측정과 기술 표준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제국물리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일본은 1910년대 서구 모방을 벗어나기 위해 국민과학연구소를 만들었다. 한국도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설립을 통해 국가 R&D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66년 설립 이후 해외 기술을 국내 산업에 접목해 중화학공업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는 한국의 산업화 전략을 체계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또한 현대 연구소는 국가 단위를 넘어 글로벌 협력의 장으로 진화했다. 팬데믹 시기 백신 개발 속도 향상, 우주 탐사 공동 프로젝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데이터 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연구소가 기술적 성과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고 강조합니다. 지역 간 경쟁,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연구소가 장기적 혁신의 출발점임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입증하며, 과학기술뿐 아니라 제도·정치·경제적 선택이 결합될 때 새로운 경로가 열린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