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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폭우 속 학생 등교·조기귀가 “포항 학교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고세리기자
등록일 2016-10-06 02:01 게재일 2016-10-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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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예보에도 미리 휴업 조치 안해 `혼란`<BR>학부모들 “9·12 지진에서 뭘 배웠나” 비난<BR>교육청 “학교장 재량에 맡겼다” 해명만

교육당국이 지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태풍 대응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재난 안전대책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5일 오전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면서 포항, 경주 등 동해안 지역에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은 지진과 달리 규모와 진로가 미리 예고된 상황이지만 교육현장의 대처는 제각각으로 실시돼 혼선을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해 성인들도 위험해 처할 수 있어 재량휴업 등 학생들의 안전확보 대책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우선인데도 포항지역 대다수 학교들은 정상수업을 강행, 학생들을 태풍 위험 속에 방치했다.

이날 오전 강한 태풍으로 포항지역 내 초·중학교의 등하교시간이 조정되거나 임시휴업을 하는 등 일부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휴업·등교 여부를 놓고 학교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학생과 학부모가 큰 혼란을 겪었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5일 오전 11시 기준 구룡포·월포·대도초 등 초등학교 3개교, 환호여중·구룡포·포항·청하중 등 중학교 11개교, 포항과학기술고등학교 등 1개교가 임시휴업을 했다.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 곳은 달전초를 비롯한 초등학교 8개교, 대흥·유강·포항이동중 등 3개교였다.

또한 이날 오전 태풍이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하며 성인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거세졌음에도, 휴업이나 등하교 시간 등을 조정하지 못한 학교 측이 학생을 태풍 속에 귀가시키려 하는 등 재난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일단 등교시킨 후 태풍이 거세지기 무섭게 돌려보낸다며 학부모에게 다시 연락했다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씨(40·포항시 용흥동)씨는 “아침에 태풍 특보로 학교를 쉬는가 싶었지만 별말이 없어 아이를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에서 조기 귀가시켰다”며 “어린 학생들을 태풍 속에 돌려보내기 앞서 휴업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 현명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와 함께 이러한 결정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태풍과 같은 재해 정도를 판단해 임시 휴업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부산 지역의 경우 태풍 예보에 따라 교육감의 지시로 유, 초·중학교 등 907곳이 임시 휴업을 미리 결정하기도 했다.

경북도교육청과 포항교육청은 교육부 재난 매뉴얼에 따라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공문, 회의 등을 통해 학교마다 실정에 맞게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업 등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적인 대처방식이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며 관련 부처의 결단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태풍 피해를 예상해 전날부터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재난 매뉴얼대로 대책을 세웠으나, 학생 등교 후 태풍이 더욱 거세져 학교마다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학교에서 실시간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이미 등교한 학교들의 경우 반드시 태풍 세력이 약해진 이후에 학생들을 하교시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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