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수인전·박영달 회고전·최지훈 초대전<Br>포항시립미술관서 10월 2일까지 동시에 전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오는 10월 2일까지 `디지털산수인전(Digital 山水人)전, `추당(秋塘) 박영달 회고전-사진예술과 휴머니즘`, `제1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최지훈 초대전-Self Portrait`를 열고 있다.
△디지털산수인전
`디지털산수인전`은 1층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자연(山水)`, `사람(人)`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은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아날로그 세계를 구성하는 자연, 물질적인 인공물 등은 모두 가상현실로 전환될 수 있다. 7명의 초대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확연히 다른 디지털 시대의 현실을 그려내고 이를 통해 형성된 우리의 자연관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던진다.
임택 작가는 `옮겨진 산수유람기`를 통해 전통 동양산수화의 공간구성을 디지털 재현 방식으로 재해석해 유화로 마무리한 독특한 산수화를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상상의 여행을 제공한다. 황인기의 `오래된. 바람 인왕+금강`은 한국 산수의 대표적 상징성을 갖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를 디지털 기술과 작가의 상상력을 접목해 새롭게 탄생된 작품이다. 고명근은 조각과 사진 장르를 결합해 `사진조각`이라는 독창적인 유형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시각적 차원을 한층 확장한다.
김형기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각자의 자화상이 작품 속에서 기억을 깨우듯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수많은 점묘의 LED 빛으로 표출하는 입체조각을 보여준다. 질량도 없고 몸뚱어리도 없는 그림자 영상으로 보여주는 뉴미디어 작품은 `재현`이 아닌 `재생`에 불과하다는 의문과 함께 복제기술시대의 예술성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제기한다. 뮌(김민선, 최문선)은 영상설치작품 `멘쉔스트롬(Menschenstrom)`을 통해 30개의 모니터를 통해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타인의 삶의 방식들을 보여준다. 아파트 모양의 거대한 목조로 구성된 사람의 흉상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만화경같은 일상의 단편이 상영된다. 임창민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둘러싼 작가의 독특한 문제의식을 담아 프레임으로 제작해 사진과 영상을 효과적으로 접목해 표현한다. `Into a time frame`은 사진으로 인화된 정지된 풍경 속에 또 하나의 움직이는 영상의 흐름이 정교하게 접합된 각기 다른 장소의 풍경 속의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첨단 기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 하광석 작가는 `허상 속의 실체`를 통해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가상이 난무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면서 서정적이고 은유적으로 `진실`과 `허구`에 관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추당(秋塘) 박영달 회고전
1층 제4전시실에서 열리는 `추당 박영달 회고전`은 우리나라 사진예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포항 출신 사진작가 박영달(1913~1986)을 기념하고 지역미술사를 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영달의 생애와 사실주의 사진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이번 회고전을 통해 옛 포항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은 사진 속에서 진한 `휴머니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영달은 1938년 대구일보 포항지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48년간 포항을 지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6·25 직후 포항에 사진관 `사진DP`점을 낸 계기로 사진작업을 시작해 한국 근대 사진예술의 개척자인 구왕삼(1909~1977)과 활발한 교류활동을 했고 사진이론의 토대를 다졌다. 그는 사진이 가진 조형성과 사실성은 물론 회화성과 문학성까지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믿었고 실제로 수필가 한흑구(1909~1979)와 교류를 통해 수필창작에도 몰두했고, 화가인 이명석(포항초대문화원장) 음악의 이해 등 여러 예술장르에 조예가 깊었다. 1958년과 1963년 `조일국제사진공모전` 입선, 그리고 1967년 `동아시진콘테스트`, 1973년 `국제사진공모전` 등 명성이 높았던 국제사진 공모전에 입상해 사진작가로서 인정받았고, 청포도 다방을 운영해 포항 지역 문화예술의 사랑방 역할을 이끌어내 이 시기를 일명 `청포도 살롱시대`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최지훈 초대전-Self Portrait
제1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최지훈의 초대전은 1층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장두건미술상은 포항 미술문화의 초석을 이루고 포항지역 미술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매년 공모를 통해 역량있는 지역작가를 배출했고 올해는 대구·경북권으로 응모범위를 확대했다. 수상의 영예를 얻은 작가는 이듬해에 미술관에서 초대전시를 열게 된다. 최지훈 작가는 2015년도 제11회 수상작가다.
최지훈은 포항청년작가회와 포항인물작가회 회장을 맡았으며, 포항미술협회에서 지역미술 발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 2015년 이전 그의 작품에는 팝아트적 성향이 묻어있다. 자동차 경주의 한 장면이나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하고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피트 인(Pit In)`하는 모습 등을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팝아트의 일면이 그러하듯 레이싱팀 중에 `부의 상징`과도 같은 페라리팀을 선택해 그림으로써 현대인의 욕망을 고발한다. 하지만 팝아티스트들처럼 붓이나 사진작업을 이용하지 않고 에어브러시와 독특한 마스킹(masking) 테이프 작업 등을 활용하는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역시 에어브러시 기법으로 완성됐는데 클로즈업한 자화상은 그동안 작품의 주제가 돼 온 `욕망`을 사물이 아니라 인물로 대체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솜털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피부조직과 살결의 미묘한 변화, 부릅뜬 눈과 꼭 감은 눈, 눈살, 눈썹주름 등 사람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얼굴을 통해 매 순간 변화하는 감정과 의지를 읽게 만든다. 얼굴 초상화의 인상을 통해 인물의 삶의 고민과 행복을 감지할 수 있고, 인물의 조형적 탐구를 통해 내면세계를 짐작케 한다.
문의 054-250-600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