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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향평준화와 특권폐지

등록일 2016-07-01 02:01 게재일 2016-07-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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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상향(上向) 또는 하향(下向)평준화가 아니다. 중향(中向)평준화란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새롭게 제시한 소득양극화 해법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 3당에 국회의원 세비 동결 등 국회 특권 내려놓기 작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하면서 중향평준화를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향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양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많이 가진 사람으로 분류되는 국회의원이 이 문제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문제가 되자 새누리당 지도부인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다시 중향평준화의 일환으로 세비동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30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소득 격차와 소득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포퓰리즘적 상향 평준화보다는 중향 평준화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세비동결을 검토해볼 때가 왔다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을 90%가 가져가는 양극화 현상이 있는데, 이 90%의 소득수준을 상위 10%가 받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포퓰리즘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있는 분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비 문제는 생활비가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중향 평준화`로 노동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열악한 여건에 계시는 하위 90% 분들의 생활 여건을 조금 더 낫게 만들어가는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보수당인 새누리당이 야당에 앞서 고강도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그 혁신안의 정신이 바로 중향평준화란다. 비대위는 전날도 소속 의원들이 8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에 채용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밝힌데 이어 이날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법`제정으로 법제화하겠다고도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체포 특권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 72시간 자동폐기` 조항을 삭제하고 `국회의원 회기중 영장 실질심사 자진출석 의무화`조항을 신설토록 하는 구체안까지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특권폐지를 외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왜일까. 총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이 이번 일을 기화로 야권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진 채용`으로 촉발된 특혜 시비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이를 혁신의 고리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란 얘기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인척 보좌진 채용도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그랬기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공천과정에서 크게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던 사안이 국회의원 특권폐지운동이 쇄신운동과 맞물리면서 친인척채용이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된 것이다. 사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선거판에 개인적인 신상정보나 일정을 모조리 알게되는 보좌진용에 믿을만한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피가 섞인 친인척을 쓰는 것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어떤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기 전에 이미 국회 보좌진으로서 일하고 있는 경우라면 초선 국회의원 입장에서 국회사정을 잘 아는 친인척 보좌진을 최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싶어질 법도 하다.

어쨌든 소득양극화의 해법으로 중향평준화는 설득력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 수록 심화되는 폐해가 바로 소득양극화다. 이런 부작용이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계층간 갈등을 심화시켜 갖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소득양극화를 현실성없는 상향평준화로 해결하겠다는 건 턱없는 이상론이니 중향평준화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걸 어떻게 잘 실현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중향평준화를 특권폐지에 대입한 것은 새로운 시도다. 어쨌든 정치권이 그동안의 경직된 자세를 바꾸겠다니 그 변화하겠다는 마음을 국민들은 응원한다. 정치권의 중향평준화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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