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일봉 탄생 110주년 기념전<BR> 경주예술의 전당 8월31일까지<BR>경주가 낳은 사실주의 대표 작가<BR>인물·풍경 등 유족소장 234점 전시
서양화가 고(故) 손일봉(1906~1985).
그는 경주 출신의 한국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다.
그의 회화는 인물이나 정물, 풍경 등 구체적인 대상물을 선택해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묘사의 범위를 최대한 축약시켜 빠르고 큰 붓으로 작업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풍경화는 단순화 됐지만 단조롭지 않은 색상과 단호한 붓 놀림이 일품이다. 그의 작품은 후기로 갈수록 부드럽고 온화한 필치와 색조로 자연주의적인 화면을 보여주며, 평범한 소재를 완벽한 기초 위에서 탁월한 심미안과 확실한 표현방법을 통해 강한 현재감을 주는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한 그는 재학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나타나서 선전(鮮展·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 1회, 특선 3회를 기록했으며,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우에노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일본에서는 제전(帝展)과 광풍회전(光風會展)을 중심으로 활약했으며, 10여년을 북해도에서 보냈다.
광복 후 경주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고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장을 지내 작가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정년퇴직 후 세종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작가생활로 접어들게 됐다. 교수직을 바친 후 그는 한유회(韓油會)를 조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다 1985년 이목화랑의 전시 도중 쓰러져 며칠 후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제1회 경북도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제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재)경주문화재단(이사장 최양식)이 손일봉 선생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14일부터 8월 3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손일봉 탄생 110주년 기념전`은 `어느 천재화가의 꿈`을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유족 등이 소장하고 있는 234점이 전시돼 해방 전후 한국근대미술에 대한 재조명의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소작작품 43점은 손일봉을 대표하는 작품들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유족들이 내놓은 드로잉 작품들은 선생의 체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일부 작품은 사상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는 1부 인물(人-human), 2부 동물과 정물(物-object), 3부 풍경(景-nature), 4부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된다.
김완준 경주예술의전당 관장은 “손일봉에 대한 재조명은 원대했던 그의 꿈을 되짚어 보는 것과 같다. 나아가 이것은 경주시립미술관의 설립 명분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손일봉을 필두로 황술조, 김만술, 윤경렬, 손동진 등 솔거의 후예들과 그들의 작품은 시립미술관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콘텐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손일봉 탄생 110주년 기념전`은 경주 전시가 끝난 뒤에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으로 장소를 바꿔 9월 6일부터 전시를 이어간다. 안동은 손일봉 선생의 화풍이 많은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지역이다. 문의 1588-492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