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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참 한가롭구나

등록일 2016-05-19 02:01 게재일 2016-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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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곡은 당시 전남대 학생이 지었고, 가사는 백기완씨가 옥중에서 쓴 장시를 소설가 황석영씨가 줄였다. 이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때 사살된 윤상원씨와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때 헌정된 노래인데, 1991년 북한이 5·18을 소재로 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이 노래를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해서 5·16 기념식때 제창하게 해달라” 하고, 보훈처는“5대 국경일을 포함해 정부에서 국가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종전대로 `합창`하도록 했다.`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놓고 의견이 확연히 엇갈린다. 안보·보훈 단체들은 “좌파 운동권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은 부정하는 노래를, 정부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한다. 통진당 RO 모임때 애국가를 거부하고 이 노래를 불렀다.

비박계 위주로 꾸려진 새누리당 비대위에서도 “협치하기로 한 마당에 첫 단추부터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한다. 홍일표 의원은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리자”했다는 것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을 야권의 주장대로 `제창`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진태 의원은 트위터에 “협치하라고 했지, 운동권 세상으로 바꾸라고 한 게 아니다”라 썼다. 두 야당이 광주에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에 새누리당도 편승하려는 것인가.

기념곡을 모든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창`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애국가, 3·1절 노래, 광복절 노래 등이 다 `모든 국민이 한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런가. 합창으로 하든 제창으로 하든 국론이 갈라지기는 마찬가지다. 야권으로서는 호남이 `정치의 온상`이라 광주민심 얻기에 적극 나서야 하겠지만, 여권까지 이에 부화뇌동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만일 5·18 기념식장에서 이 노래가 제창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정권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전처럼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국가적 위기도 방관하겠다는 것인가. 국가의 장래는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말인가.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도 나 몰라라 하겠다는 뜻인가. 막중 국사를 볼모로 잡아 `제창`을 얻어내겠다는 국회의원들은 참 한가롭다. 그러니 국회무용론이 끊임 없이 불거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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