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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행정이 낳은 낭비

등록일 2016-05-18 02:01 게재일 2016-05-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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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하면서 “동해 장사포로 상륙한다”는 허위정보를 흘렸다. 인민군은 그 곳에 진을 쳤고, 우리 학도병 700여 명이 탄 상륙함 문산호가 실제 장사로 갔다. 인민군의 집중사격으로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했다. 성동격서 양동작전으로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했고, 인민군의 보급로가 끓어지면서 전세(戰勢)는 뒤집어져 조기 휴전협정을 이끌어냈다.

영덕군이 이 전사(戰史)를 기념하기 위해 `문산호 복원사업`을 벌인 그 아이디어는 좋으나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계속 나타나 추가 비용을 들여야 했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임에도 행정직이 사업계획과 실시설계를 추진해 부실을 자초했다. 최근 경북도의 감사 결과 거액의 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초 영덕군은 공정의 일부만 장사해수욕장 해안에서 하고 나머지는 해상에서 하도록 설계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자 부산 조선소에서 만든 후 바지선으로 예인했다. 이때문에 30억원의 추가 예산이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도때문에 배 뒷부분이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태풍이 오면 좌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남쪽 방파제 설치에 80억원을 더 들였고, 향후 북쪽 방파제 설치에 90여 억원의 사업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직이 아닌 문외한들이 계획성 없이 주먹구구로 시행한 사업이 국민혈세를 계속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묻지 않으면 다음에 또 이같은 낭비가 되풀이될 것이다.

울릉도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이 또한 현지상황을 치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탓으로 지금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울릉도는 전역이 산으로 돼 있는 섬이다. 오르막 내르막이 수 없이 많고 평지는 별로 없다. 그래서 자동차들도 대부분 4륜구동이다. 섬 일주도로는 평지여서 문제가 없지만 내륙지역은 `자동차 경주대회`를 하기 알맞을 정도로 험한데, 이런 산지도로에 힘이 비교적 약한 전기차가 제대로 다닐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특히 울릉도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온다. 산길은 험하고 눈까지 두껍게 덮였는데, 평지 포장도로에 맞는 전기차는 아무래도 무리다. 그래서 주민들은 “거주환경이나 생활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했고, 시의회도 현실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울릉군은 202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지만 `전기차 시험운전`부터 해볼 일이다. 그리고 울릉공항 활주로 밑에 깔 피복석의 강도가 기준치에 미달해 어느날 갑자기 활주로가 갈라질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추가예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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