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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작가 삶 추적 `꾿빠이 이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4-22 02:01 게재일 2016-04-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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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김 연수문학동네 펴냄. 장편소설
▲ 김연수 작가
▲ 김연수 작가

소설가 김연수(46)는 1994년 등단 이후 22년 동안 8권의 장편소설과 5권의 소설집을 펴내며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인기 작가다. 동서문학상(2001), 동인문학상(2003), 대산문학상(2005), 황순원문학상(2007), 이상문학상(2009)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쓴 그는 2000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글쟁이`다.

문학동네가 최근 그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4편을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

`꾿빠이, 이상`은 지난 17일 작가 이상(李箱·1910~1937)의 기일을 맞아 재출간했다. 김연수 작가가 지난 2001년 발표한 `꾿빠이, 이상`은 요절한 천재작가이자 난해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이상을 소재로 삼은 장편소설이다. 이상이 남긴 흔적을 추적하는 3명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은 김연수라는 한국문학계의 대스타를 만든 분기점이 됐다. 소설은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등 총 3장으로 구성됐다.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이상의 삶과 그 비밀을 추적해들어감으로써 “지적 소설의 한 장을 열어젖혔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개정판은 기존 이야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15년간 나온 이상에 관련된 연구에 기반해 사실관계만을 바로잡았다. 자료들로는 와닿을 수 없는 이상 문학의 진실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문학동네 측의 설명이다

▲ 밤은 노래한다
▲ 밤은 노래한다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는 1932년 동만주에서 벌어진 소위 민생단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이 소름 끼치는 이야기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실록처럼 읽힌다. 역사의 어둠 속에 묻힌 진실을 찾아 거기 빛을 들이댄 작가의 꼼꼼한 취재와 용기와 열정 때문일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로부터 한 발 떨어진 채 일상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어느 날 연인이 죽기 직전 보내온 한 장의 편지를 받으면서 역사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게 되는`밤은 노래한다`는 우리를 1930년대 초반 북간도로 이끈다.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우리는 항일유격 근거지에서 일어난 비참한 사건, 즉 “민생단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두번째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의 두번째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등장인물의 기억이 개인 차원에 머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연결돼 역동성을 확보하는 견고한 시각이 느껴진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34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다양한 레퍼런스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를 엿볼 수 있는 첫번째 소설집 `스무 살`(2000)과 작가적 역량이 극에 달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2005) 사이에 놓인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는 김연수에 따르면 “처음으로 소설 쓰는 자아가 생긴 작품” “`꾿빠이, 이상`과 더불어 소설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본 시기”에 쓰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에 이르러 오로지 이야기만으로는 소설을 구성해보려는 작가적 자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수록된 아홉 편의 소설의 배경이 `80년대 김천`이라는 점 때문에 김연수(김천 출생)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자전소설`이라는 테마로 쓰인 `뉴욕제과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자연인 김연수의 개성과 사상을 완전히 배제하고 작가로서 만들어낸 이야기로만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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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응축미 있는 구성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 거기에 예상을 뒤엎는 결말 처리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제1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총 9편의 소설이 수록된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유일한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진실도 말해질 수 없다”일 것이다. 이 세계는 이야기될 수 없는 것이라는 작가적 자의식은, 그러나 허무주의에 쉽게 안착하는 대신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 지점까지 우리를 밀어붙인다. 요컨대 말해질 수 있는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자리에서 멈춰 서버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야기의 끝의 끝까지 가닿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앞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절망”이란 허무주의에서 이끌어낸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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