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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운동법칙 밝힌 최초 근대 역학 교과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4-15 02:01 게재일 2016-04-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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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두 과학갈릴레오 갈릴레이사이언스북스 펴냄과학
현대 과학 기술 문명의 기초인 물리학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뉴턴 역학은 하늘에 존재하는 천체들의 운동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공간을 통합해 우주의 지형도를 새로 그렸다. 이후에는 대폭발 이론, 끈 이론, 다중 우주론 등이 등장해 우주에 대한 한층 깊은 이해를 이끌었다. 거시 스케일뿐만 아니라 미시 스케일에서도 물리학은 진보해 나갔다. 현미경으로 벼룩을 관찰하며 만물의 설계자인 신을 찬양하던 시절을 지나 방사광 가속기로 DNA의 단백질 구조를 살펴보고 LHC 실험실에서 극미소 입자들을 다루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현대 과학의 연구 범위는 이미 인간의 지각 수준을 넘어섰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환경 속에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찾아내고 연구하기 위해 열정을 쏟는다. 하지만 불과 400년 전만 해도 과학은 눈에 보이는 것 또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의존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위적인 실험과 적절한 장치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이론화하는 과학적 방법론의 탄생은 과학의 혁명, 더 나아가 인식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대사건이었다.

그 혁명의 선두에 서 있던 인물이 16세기 이탈리아의 자연 철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년)였다.

`새로운 두 과학: 고체의 강도와 낙하 법칙에 관하여(사이언스북스)`는 첫 출간(민음사, 1996년) 후 20년 만에 갈릴레오의 젊은 시절 수학 노트를 추가하고 번역과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나온 책으로 대중들에게 물체의 운동 법칙을 소개하는 최초의 근대 역학 교과서라 할 수 있다. 1638년 가톨릭교회의 검열을 피해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 책은 `대화`로 인해 종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갈릴레오가 자택에 연금된 채 눈이 멀어가는 와중에 완성한 근대 물리학의 고전이다.

운동은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오는 매혹적이면서도 난해한 문제였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과감하게 매개 도구와 실험을 통한 측정 그리고 사고 실험을 과학 연구에 도입했다. 그 결과 인간은 불완전한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 진리의 문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새로운 두 과학`을 통해 갈릴레오와 함께 새로운 과학이 탄생하는 순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대화`와 같이 살비아티, 사그레도, 심플리치오라는 세 인물이 등장해 나흘간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살비아티는 갈릴레오의 운동 이론을 소개하고, 심플리치오는 당시 학계 정설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을 대변하며, 사그레도는 교양 있는 일반 시민을 상징한다. 그리고 갈릴레오는 `동료 학자`로 등장한다. 이 책은 세 사람은 나흘간 물체의 응집력, 강도와 부피와 길이의 관계, 물체의 등속도 운동, 가속도 운동, 포물선 운동에 대해 `동료 학자`가 쓴 책을 같이 읽으며 자유롭게 토론한다.

물리학의 탄생을 우주 대폭발 사건에 비유한다면 갈릴레오의 `새로운 두 과학`은 대폭발 전에 존재한`우주의 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개 도구를 통해 실험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갈릴레오의 전통은 더 나은 도구와 장치로 관찰과 실험의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통해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과학의 진보를 이끌었다. 갈릴레오의 위대한 유산은 `새로운 두 과학`이 출간된 지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과학이 미답의 경계를 허물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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