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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오페라의 탄생엔 문학작품 있었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4-15 02:01 게재일 2016-04-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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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오페라김성현아트북스 펴냄. 교양
빅토르 위고의 희곡이 없었다면 베르디 오페라`리골레토`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장 라신의 작품이 없었다면 모차르트 오페라`미트리다테`가 무대에 오를 수 있었을까?

국내 일간지 기자로서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 현장을 누비며 이미 5권의 클래식 저서를 출간한 저자 김성현씨는`봉주르 오페라`(아트북스)에서 위의 물음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들려준다. 지금까지의 오페라 해설서가 작곡가의 창작 배경과 작품 줄거리, 주요 아리아 등의 순으로 구성돼 오페라에서 시작해 음반에서 끝났다면`봉주르 오페라`는 원작인 문학에서 출발해 오페라에서 끝나는 방식을 취한다. 즉 “오페라 그 이후”가 아니라 “오페라 그 이전”인 문학의 샘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페라의 원작이 된 프랑스 문학작품 스무 편의 속살을 살피며, 각 작품이 음악의 옷을 입고 오페라로 탄생된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그것은 오페라 명작 가운데 대다수가 프랑스 문학을 바탕으로 하며, 문학이 오페라에 결정적 영감을 제공한 덕분이다. 이를테면 베르디의`라트라비아타`는 뒤마 피스의`춘희`를, 바르톡의`푸른 수염 공작의 성`은 샤를 페로의 동화`푸른 수염`을 원작으로 한다. 이뿐 아니라 모차르트와 로시니, 푸치니 등 오페라의 거장들 역시 다른 곡의 작곡을 제쳐놓고 오직 그 작품에 빠져든 나름의 사연이 있었으며, 불문학에서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찾았다.

`봉주르 오페라`의 출간 배경 또한 흥미롭다. 평생에 한 번 기자들에게 주어지는 해외연수를 프랑스로 가게 된 저자는 현지에서 문학작품을 통해 언어를 배우며, 프랑스 문학이 오페라로 가득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문학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귀국한 뒤에도 오페라의 원작이 된 불문학 작품을 모두 원어로 읽으며 문학과 오페라의 만남에 대한 글을 구상했고 이 책은 그러한 4년간의 시간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결실이다.`네이버 캐스트` 연재 당시에도 인기를 누린 이 글들은 연재를 마친 뒤 내용(오페라 줄거리와 추천 음반, 추천 영상)을 보태고 도판을 손질해 단행본으로 재탄생했다.

오페라 감상은 흔히`고급스러운 취향`으로 여겨지지만 실상 오페라의 역사는 유럽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물론 오페라사 초기에는 오페라가 궁정이나 귀족의 의뢰로 작곡됐지만, 궁정 축하연이나 카니발 축제 때 이를 접한 부르주아들이 재미를 들이면서 오페라는 그 성격이 변화한다. 극의 내용으로는 부르주아의 일상적 삶이나 당대 유럽을 휩쓴 혁명의 여파 등이 다뤄졌고 음악의 형식, 무대 기술도 색을 달리하며 발전한 것이다.

`봉주르 오페라`는 이러한 오페라사를 배경으로 원작인 문학작품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에서는 원작의 역사적,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관심사, 출간 뒤의 필화 사건 등을 생생히 재현한다. 이를테면`토스카`는 나폴레옹 시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피가로의 결혼`의 핵심인 풍자는 평생을 귀족과 부르주아 사이의 경계인으로 산 극작가 보마르셰의 삶을 알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당시에도 검열은 여전해서 지금은 고전이 된 위고의 희곡`환락의 왕`은 루이 필리프 체제 아래에서 수정을 요구받았고, 급기야 1832년 초연 직후에는 상연 금지 처분을 받는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만큼, 원작의 파급력은 막강했다.

한편 문학작품이 오페라로 태어난 과정을 풀어간 대목에서는 어떤 부분이 각색됐는지, 초연시의 반응이나 평가, 오페라 사에서 각 오페라가 차지하는 위치 등을 전한다. 오페라`라 보엠`의 원작인 앙리 뮈르제의`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이 세밀하게 보헤미안의 일상 풍경을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면`라 보엠`은 달빛 아래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을 삽입해 오페라의 관습에 맞게 한층 대담하고 낭만적으로 작품을 재해석했다.

세계적인 오페라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제14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오는 10월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세계명작 오페라·발레 시리즈``더 메트 라이브 인 HD 2015`등 오페라 실황 콘텐츠가 경쟁적으로 개봉되고 11월에는 세계적인 연출 헤닝 브록하우스의 오페라`라트라비아타-The New Way`도 공연 예정이다. 풍성한 2016년의 공연 무대를`봉주르 오페라`와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감동과 찬탄의 미사여구보다 박학한 지식을 바탕으로 명쾌한 해석을 선보이는 이 책은 오페라 입문자와 애호가 모두를 오페라 무대 가까이로 이끌 튼실한 가이드다. 젊은 관객이라면`이 한 장의 영상`에 소개된 연출에 대한 평을 살피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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