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우리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맞아 국회의원 후보들 중 누구를 뽑아 국회로 보낼 것인가에 대한 투표를 해야 한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고민은 만만치 않다. 새로 뽑히는 국회의원들이 활동할 앞으로의 4년은 세기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도전들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달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참여 의향 및 사전투표제도 인지도 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유권자 3명 중 2명 정도(70.8%)는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5명 중 3명 이상(63.9%)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대부분은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고, 투표에 대한 의지도 강한 편이다. 문제는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각 정당들은 머리를 맞대고 정성들여 만든 공약들을 내세우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거듭 문자를 보내며 자신을 찍어달라고 호소를 한다.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언론 매체들은 신속한 보도를 제공하며 선거의 장을 뜨겁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 중 다수가 `인물·능력` 또는 `정책·공약`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신중 또 신중해야 할 `선택`이기 때문에 여전히 망설이는 유권자들도 있다.
여러 언론 매체들은 선택을 망설이는 이른바 부동층을 대상으로 각 정당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살피는 것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일러준다. 결정을 망설이는 사람들은 이들의 권고대로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인터넷 사이트(http://www.nec.go.kr/portal/VtMain.do)를 방문해서 정당들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공약도 꼼꼼하게 비교하며 읽어보기도 하고, 신문에 실린 정책공약 관련 의견들도 빠짐없이 읽어 본다. 아니나 다를까 공약 중 상당수는 부실 공약, 선심성 공약, 재탕·삼탕 공약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보도 기사를 읽고 나면, 선택은 더욱 어려워지기만 한다.
이달 초 몇몇 지상에 실린 전직 모 국회의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니, 선택을 망설이는 유권자들의 답답한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갈 듯하다. 그의 주된 논지는 이제 세계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초연결사회에 진입했고, 인터넷이 사회와 산업, 권력구조를 바꿀 만큼 발달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처럼 구태의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문명의 전환기를 살고 있고, 이에 따라 유권자들도 새롭게 다가온 시대의 비전을 갖춘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문명전환기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인간이 하던 수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 AI로 인해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200만 개, 사라지는 일자리가 700만 개로 예상했고,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미국 내 700여개 직업 중 절반이 20년 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택을 망설이는 유권자 중의 일부는 이런 거대한 전환의 물결을 미리 감지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취업난을 해소하는 방책을 제시하는 정당 내지는 후보자를 찾고 있음이 틀림없다. 가드너는 리더십의 구성요소를 비전 제시, 목표관리, 조직원에게 동기와 믿음 부여, 변화를 위한 쇄신, 지적 능력과 체력 등이라고 했다. 첫 번째에 있는 비전 제시는 눈앞에 펼쳐진 또는 펼쳐질 현실과 소통 가능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포퓰리즘은 절대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