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한국화가 이원동전<BR>수성아트피아 내달 3일까지
중진 한국화가인 이원동 작가 개인전이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다.
새 봄을 맞아 매화를 소재로 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예로부터 문인화의 소재로 널리 알려진 매란국죽 사군자 중 매화는 단연 으뜸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개를 상징하는 문인화로 사의성을 담은 화풍으로 발전해 왔다. 이는 고고한 매화의 상징적 의미를 통해 군자의 덕과 절개를 지향하는 선비들의 올곧은 마음을 담아내려는 정신적 수단으로 삼았던 탓이다.
그러나 이원동은 이 같은 종래의 선비정신을 답습해온 여느 작가들의 기법과는 달리 그러한 전통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는 매화를 그리면서 크게 두 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하나는 기법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였고, 나머지 하나는 터득한 기법을 통해 마음에 품은 뜻 즉`의(意)`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가 매년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늘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고 탐구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한지를 죽처럼 묽게 풀어 입체감 있게 부조로 형태를 잡고 그 위에 석채를 올려 새로운 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직접 강가에 흩어진 돌을 줍고 이를 절구통에 빻아 가루로 만든 뒤 아교에 섞어 안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 덕에 그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지니고 있다.
부조기법이란 2차원의 평면에서 사용하는 반입체적인 표현 방법으로 평면적인 요소와 입체적인 요소가 함께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부조는 흔히 조각에서 사용하는 표현 형식의 하나로 형태가 평평한 맨바닥에서 도드라지게 튀어 나온 작품의 상징이다.
이원동의 작업과정은 표면과 표면으로부터 돌출된 면과의 조화에 의해 형성된 부조의 형태를 기본구조로 취하고 있다. 부조로 형성된 공간은 우주질서의 원칙에 따라 생성·소멸하는 자연을 내면적 생명력의 움직임으로 포용하는 대지와 같은 무한성이 있어 그의 매화 그림 속 유기적 형상들은 뚜렷한 대상으로부터 얻어지는 물질과는 상반된 동양철학적 내면세계에서의 떨림과도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 작가의 작품이 여느 문인화가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사물을 그리는 방법론과 사의적인 측면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곧 그는`意`를 통해 시도하는 양식적 실험과 형상을 초월한 필묵의 운용으로 속되지 않은 맑고 청아한 기운을 표현하려는데 있다.
이원동의 매화도는 일관된 테마를 유지하되 조형적인 면에서 이렇듯 지속적인 변화를 쉴새없이 시도하고 있다. 중심 테마의 촉매로 작용해 온 매화의 형상은 점차 자연스런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하고 생성·소멸의 원천인 음양화합의 질서를 대비하면서 특유의 조형적 필세와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김천 출신으로 동국대, 계명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