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꽃을 피워 올리는 손들이 있다
삶은 늘 소용돌이라서
자주 허리가 휘고 손마디가 꺾이곤 하지만
곡괭이로 쇠스랑으로 긁어댄 자리마다
뽀지직뽀지직 땅이 열리고
독백처럼 낮은 소리로 흔들리며
아픈 열탕 같은 세상 속으로 오는 발길이 있다
어둑한 걸음으로
어두운 기슭으로 오는 것들의
궁금한 발길들
구부러진 길에는 푸른 꽃들이 피고
파닥거리는 작은 잎들이 환한 잠을 깨우고 있다
네가 보낼 어두운 밤들은 잊는 게 좋겠다
상처를 붙들고 우는 시간을 지우는 게 좋겠다
먹먹해진 귀에 침침하게 내리는 비
침침하던 시간이 천천히 열리는
여기
흙을 미행하는 발들이
네게로 여행을 온 것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닫아두었던 대지에 봄이 스미고 있다. 생명의 불꽃으로 피어오르기도 하고 뾰롱뾰롱 미세한 소리로 찾아오기도 한다. 기대와 희망에 찬 걸음으로 봄을 맞으러 가는 시인의 가슴 속에는 그 어떤 어둠이나 차가움도, 아니 거센 바람과 눈발이 아무리 거칠게 몰아치더라도 당당히 이겨 나가겠다는 강단진 의지가 시 전편에 깔려 있다. 우리네 한 생도 여기에 견줘보면 더 깊은 감동에 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