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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던 주옥같은 작품들, 세상과 만나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1-18 02:01 게재일 2016-01-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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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미술관 소장품전<BR>815점 작품 중 12종<Br>회화·조각·영상·판화 등
▲ 이태호 作 `물-결`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새해를 맞이해 지난 14일부터 소장품전을 열고 있다.

미술관은 지난 2009년 개관 후 지금까지 815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수장고 속에 잠들어있던 작품들이 관람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2015 신(新)소장품전`이라 이름 붙이고 지난해 구입, 기증 등으로 수집된 작품 중에서 선별한 회화 조각 영상 판화 등 총 12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구입한 작품들

지난해 미술관이 구입해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회화 작품은 배명학, 박상현(서양화), 이태호, 이철량, 신철균(한국화), 조각은 김상일, 이기철, 김영섭, 장준석, 김태인(조각) 등이다. 이이남(영상) 등이다.

대구에서 활동했던 작고작가 배명학의 `전설(傳說)`은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수많은 사연을 내포하고 있는`폐선(廢船)`을 통해 어부들의 투박한 삶과 애환을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풍경을 표현주의적 감수성으로 그려냈다.

신철균의 `산운(山韻)`은 빛이 소멸하면서 점차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지며 때로는 실루엣만, 때로는 평면적으로 보이는 산과 들의 모습을 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2015년 이인성미술상 수상 작가인 이태호의 `물-결`은 일렁이는 물결을 종이 위에 먹의 음영만을 이용해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철량의 `도시(City)`는 동양화 본래의 자연주의적 중심시각을 `자연+인간`이라는 일종의 상호주의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상일의 `드럼라인(Drum line)`은 악기의 율동적인 모습을 철을 소재로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압축되고 왜곡된 선적인 표현을 통해 유기적인 리듬을 재현하고 있다.

이기철의 `위장 시리즈 No.1`은 F.R.P.로 일견 민첩하게 움직이는 각종 동물의 동작을 순간 포착해 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상상 속에서 가공된 허구의 동물상들을 통해 내면세계의`희열과 욕망의 순간`을 가시화하게 한다.

김영섭의 `Ruhe Bitte!(루에 비테·조용히 해주세요)`는 검은색 원형 오브제 중앙에 빠르게 상하로 요동치듯 움직이는 대형 스피커를 설치한 작품으로 무엇인가 자신의 의사를 절실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의 느낌과도 유사하다.

장준석의 `판타지리스(Fantasiless)`는 한글 `꽃`을 입체적으로 조형화한 작품으로 `판타지`가 `없음` 또는 `부재함`을 강조하는 작품제목이다. 꽃은 모양과 색깔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희로애락과 함께해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기호로서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이남의 `내연삼용추`는 청하 현감(1733~1734)을 지낼 때 보고 그렸던 겸재 정선(1676~1759)의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를 현대적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과 작가의 상상력이 접목해 제작된 움직이는 대형 영상작품이다.

▲ 김상일 作 `드럼라인`
▲ 김상일 作 `드럼라인`

◇하정웅 선생 기증 작품들

동강 하정웅(77) 선생은 재일교포 사업가로서 지난 40년간 수집한 1만여 점을 공공미술관에 기증한 미술문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른 인물이다. 포항시립미술관에도 여러 차례 기증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재일 한국인 작가 문승근의 판화 10점을 기증했다.

34세로 요절한 문승근(1947~1982)은 타국에 살면서도 70년대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꼽힌다. 구타이미술에 영향을 받은 문승근의 작품에는 반복적인 점과 선, 면을 통해 직조하듯 일정한 규칙을 지닌다. 이러한 반복을 통한 자기 확인은 물론, 단순한 집적에서 깊은 울림과 무한성을 추구한다. 전시회에는 그의 판화 작품 `무제` 시리즈가 선보인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포항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은 관람객에게 당대의 미술문화를 누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에 그 정책의 목적이 있다”면서“이런 소장품 수집정책은 수준 높은 상설전시를 기획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미술자료의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지역미술의 발전과 창작의욕을 고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문의 (054)250-6023.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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