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포스텍은 포스텍 강의를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개방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포스텍 멋쟁이!”라고 외칠만큼 신선한 충격이다. 포항지역이 혁신적 교육에 있어서 전국을 선도하는 좋은 단추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포스텍은 국내대학으로서 최초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온라인공개수업)`를 통해서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는 강의실로 혁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세계적인 MOOC인 코세라와 손잡고 포스텍 강의를 전 세계에 개방한다고 희망에 넘친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포스텍은 지난해 12월 코세라와 MOU를 체결하였고, 올해부터 철강분야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과목을 개발해 전 세계에 강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MOOC 과목 수강을 통한 학점인정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초기단계로서 서울대, KAIST와 공동개발해 올해부터 제공될 `SKP 과학기술 MOOC`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MOOC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캠퍼스 안에서만 머물던 강의를 개방해 강의의 질을 높이고,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을 지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인재로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다”고 포스텍은 밝혔다.
이러한 계획을 우선 쌍수로 환영한다.
MOOC는 스탠퍼드, MIT, 하버드 등 미국의 여러 대학들이 주도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으며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호참여적, 거대규모의 교육을 의미한다. 비디오나 유인물, 문제집이 보충자료가 되는 기존의 수업들과는 달리, 온라인공개수업은 인터넷 토론게시판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수, 그리고 조교들 사이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공개수업은 원격교육이 진화한 형태이다.
코세라는 2012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이 공동창업한 영리기업으로 2013년 현재 스탠퍼드대, 예일대, KAIST 등 세계 100여 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에덱스는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투자해 세운 비영리기관으로 2013년 현재 MIT, 하버드대, 베이징대 등 29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MOOC의 열풍은 예외없이 세계적인 대학이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텍이 한국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MOOC에 합류한 것은 거듭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점은 없는 지 냉철히 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MOOC를 시행하기 위한 기반조건이 제대로 되어있는가?
교수들에게 MOOC를 이용한 `거꾸로교실(flipped learning)`방식의 교육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학생들이 MOOC를 통해 사전학습을 수행한 뒤 강의실에서는 교수에게 의문점을 질문하고,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의 역(逆)진행식 수업이다. 한국의 교수들, 포스텍 교수들이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는 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현재 MOOC를 통한 수강생들의 수강성취율이 7%에 불과하고 초기 포기자들이 속출하는데, 이는 어떤 측면에서 자원의 낭비이고 대학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대학강의의 권위를 상실하는 수강생들의 나태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K-MOOC 등 한국에서 무크가 보편화될 경우 수강생들의 개별적인 수업관리를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기존의 MOOC에서 나타난 고민 중의 하나 일 것이다.
포스텍이 한국의 대학들이 MOOC에 승부수를 던지기에 앞서 포스텍, 그리고 한국의 대학들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는 일이 절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강의의 국제화, 가령 영어강의의 보편화 등도 선제조건이다.
스탠퍼드, MIT 등의 대학들이 MOOC를 선도하는 것은 그들 대학의 높은 위상과 영어권의 선도적인 이점 때문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MOOC는 포스텍, 한국을 선도하는 주요대학의 승부수 일 수도 있지만 전제조건의 성취 없이는 용두사미가 될 우려도 있기에 세심한 준비와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