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카드섹션·교예(서커스)·공연·퍼레이드 등 `보여주기 행사`에 공을 많이 들인다.
“모든 문학 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는 모택동의 `문예강화`를 추종하면서 `정치 상징조작`에 이용한다. 모든 문학 예술은 `최고존엄 찬양` `노동영웅 만들기` `공산주의의 위대성` `국가의 자랑거리` 등이 주제다.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내용도 `김정은 찬양`일색이다. 그것이 국내용으로는 먹히겠지만, 외국에 내놓을 것은 아닌데, 이것을 중국에 가져간 것은 `실수`였다.
20여년 전 북한의 `수령님 영상기록물`을 일본에 가져가 상영을 했는데, 일본 관객들이 숙연하게 감상하지 않고 어이 없다면서 웃기만 하는 바람에 중단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개막도 하기 전에 돌아가버렸다. 그것도 관람객들이 공연장 안팎에 운집해 있는 `공연 3시간 전`에 철수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갖은 공을 들여 키운 예술단이고, `문화융성` 차원에서 수출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첫 해외공연을 시도한 것인데, 그것을 포기해버렸다.
“왜 그랬는가”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하다.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치명적인 결례·무례로 치부된다.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관람자의 격을 부부장(차관급)으로` 3~4단계 낮춘 것이 `최고존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김정은 찬양 일색`인 내용의 공연을 왜 봐야 하느냐 해서 중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탓? 악단 단원 중 2명이 망명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 때문? 김정은의 첫사랑인 현송월 단장이 언론에 너무 튀어서? 추측만 무성할 뿐 북한은 아무 이유도 대지 않고 있다.
“이 일도 북의 습관적인 뒤통수 치기의 하나”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김정은의 예측불가, 즉흥·충동적 성격이 재확인됐다”는 말이 설득력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가했다가 하루 전에 취소한 일,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계획 뒤집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뒤통수를 맞았다. 김정은은 이희호 여사를 초청해놓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인천 아시안게임때도 미녀응원단을 보낼 듯이 하다가 대회가 임박해서 취소해 바람을 맞혔다. 물먹이기·뒤통수 치기로 세상을 우롱하는데 북은 재미를 붙인 것 같고, 국내적으로 “장군님이 세상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것을 과시해서 최고존엄의 위엄을 드높이는 일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국제적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국은 북한을 “말이 안 통하고, 친구의 충고를 듣지 않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나라”로 치부한다. 중국 국민들은 “북한의 세번째 뚱보놈이 제정신 아니다”라고 한다. 북한은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