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노무현정부 때 사법시험제도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를 결정하고, 2017년 이후 사시를 완전 폐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사법시험 출신`의 위세는 대단했다. 판·검사·변호사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행정부 고위직, 국회의원 등 3부를 넘나들며 `입맛대로`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사시합격자`를 최고 엘리트로 우대하기 때문이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남조선의 사법고시`를 거론한 후 `김일성 장학생`이란 말이 생기기도 했다.
법무부가 최근 “사법시험 폐지 연도를 4년간 유예하겠다”고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스쿨로 개천에서 용나는 길이 막혔다. 비싼 등록금과 졸업후 취업특혜로 현대판 음서제도로 전락했다”며 찬성했고, 로스쿨 출신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는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법무부 장관은 국민에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장관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법무부가 이런 긁어 부스럼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국민 85%가 사법시험 존치를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민심이란 조변석개(朝變夕改)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로스쿨에 재적하는 자녀들 때문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갑(甲)질 논란에 휘말리는 시점이라, 당연히 로스쿨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을 이용해서 재빨리 `유예`를 발표한 것도 속 보이고, 국법을 다루는 전문분야의 일을 놓고 일반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것도 부적절하다.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국회와 대법원과 교육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발표`부터 한 이유도 애매하다.
법무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 대부분이 사시 출신이고, 이들의 권위의식이나 특권의식이 로스쿨 출신에 의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해서 반대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가볍게 흔들리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논어의 명언을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