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현
비가 내린다
내 어머니
낮은 어깨 위
날 기다려
골목 끝 처마 밑
날 기다려
하염없이 비 바라보시던
내 어린 날 젊은 어머니
어깨 위
석류화 붉게 핀 공동변소
골목 끝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날 부르시던
소리
석류화 환한 저녁
유년시절 가난이 닥지닥지 붙은 골목길 끝에 나와 나를 기다리시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심정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석류꽃 환한 저녁이었을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아득한 기억의 저편에 생생하게 놓여있는 골목끝에서 나를 기다리던 젊은 어머니의 환영과 다정다감하게 나를 불러주시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 것이다. 석류꽃 환하게 핀 저녁에 시인은 절절하게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