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춘 수
나보다 먼저 가신 하느님
오늘 해질녘
다시 한번 눈 떴다 눈 감는
하느님
저만치 신발 두짝 가지런히 벗어놓고
어쩌노 멱감은 까치처럼
맨발로 울고 가신
하느님, 그
하느님.
`꽃`이라는 시에서 보여주는 존재론 혹은 인식론 같은 이미지와 실존의 문제에 깊이 천착했던 시인 김춘수. 이 시에서는 생의 마지막을 예견하고 가만히 그가 돌아가야 할 신에게 묵상하며 말을 건네는 겸허한 시심을 읽을 수 있다. 이 땅에 목숨을 놓으신 분도 하느님이고 이제 천수를 다하고 그에게 돌아가야 하는 생의 마지막을 침잠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경건한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