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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에 부쳐

등록일 2015-11-23 02:01 게재일 2015-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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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8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 서거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양 김`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그를 “민주화의 큰 별이자 문민시대를 열었다”고 애도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 민주주의의 거목으로 정치사에 길이 남을 큰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시대의 영웅” “신념의 지도자”라는 헌사도 이어졌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투사이자 우리 정치사에서 군부시대를 청산하고 문민시대를 연 정치적 업적을 남긴 위인이니 당연하다 할 헌사다.

되짚어보건대 김 전 대통령은 공과(功過)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지도자였다.

그는 경제를 잘못 이끌어 6·25 동란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자초했다. 이것이 그의 치세 가운데 가장 큰 오점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재임 초기 90%를 넘는 지지율을 발판삼아 군사정권을 끝내고 문민시대를 열었다. 취임직후 군 내 정치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해 군의 정치 개입을 차단했고, 부정한 자금의 흐름을 막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으며, 공직자 재산공개로 맑은 정치 구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자신의 대권가도를 도왔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법정에 세워 군부 정치의 잔재를 털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 일제의 흔적 청산에도 힘을 기울였다.

흔히 이승만은 나라를 세웠고, 박정희는 경제를 일궈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으며, 양 김은 탄압의 가시밭길을 뚫고 `민주화`를 우리 역사에 선사했다고 한다. 이 시대의 정치인은 역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묻고 싶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일본의 우경화,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두고 벌어지는 외교·안보의 딜레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활력을 잃고,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청년 실업은 국가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이자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민적 단합과 정치권의 대화·타협이 절실하지만, 우리 정치는 대립과 반목으로 갈등만 부채질하고 있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분노와 저항의 시대도, 투쟁이 영웅시되던 시대도 갔다”고 했다. 우리 정치권이 당리당략의 작은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역사를 바라보는 큰 정치를 선보일 때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아 정치권이 역사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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