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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한 장

등록일 2015-11-23 02:01 게재일 2015-1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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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진 희
새벽길 리어카 위에

벽돌 한 장

검정 고무줄 억센 힘으로 끌어매놓은

푸른 비닐로 감싼 지친 하루

그래도 금세 떠내려가 버릴 것만 같은

내일 위에

무겁게 무겁게 눌러놓았을

누군가의 손길 가만가만 간직하며

동짓밤 고스란히 새우고 앉아 있는

의젓하구나, 벽돌

저 한 장의 힘!

가만히 감동에 이르게 하는 그림 한 장을 본다. 하루 장사를 끝내고 집에 들면서 주인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검정 고무줄로 동여매고 푸른 비닐로 감싸고는 그 위에 벽돌 한 장을 눌러 놓았다. 밤새 묵묵히 리어카와 물건을 지켜준 벽돌 한 장. 비록 하찮은 벽돌 한 장이라 할지라도 제 있을 자리에서 당당하게 책임을 다하는 그 존재감에 시인은 조용한 찬사를 얹어놓고 있다. 이 세상에는 어둠 속에서든 어려운 여건 속에서든 이런 벽돌 한 장 같은 물건도 사람도 많이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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