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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호흡으로 거듭난 문명·자연·인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11-16 02:01 게재일 2015-11-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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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갤러리 기획초대전<br>`Re_숨을 불어 넣다`
▲ 리우 作

포스코갤러리는 내년 1월 8일까지 인간의 실존과 정체성, 환경 등 우리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창의적이고 감성적으로 탐색하는 3명의 조각·설치 미술가를 초대하는 기획 초대전 `Re_숨을 불어 넣다`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리우, 서동진, 정찬부 작가는 기계문명과 인간의 삶, 대중문화와 인간의 가치 등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와 사회적 이념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는 리우는 아날로그(조각)와 디지털(미디어)의 경계를 고찰하는 미디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조소의 개념을 확장해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폐기된 개인용 컴퓨터의 부품과 본체를 떼어내 분리하고 자르고 용접하는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인체상으로 재구성하고 디지털영상을 내장해 가상의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는 “디지털 바디와 영상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 인간의 몸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한 것으로 인간의 몸이 기계와 혼재된 사이보그, 가상공간의 와해된 시공간으로 확장되고, 자연과의 경계, 신과 동물의 구분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계없는 몸`을 피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정찬부 作
▲ 정찬부 作

서동진 작가는 일상적인 종이를 소재로 인간욕망에 관한 문제를 감각적으로 희화화한 작업을 선보인다. 종이로 박제화된 동물들 이미지를 재현하고 작품의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물질을 오브제로서 불안정하게 결합해 확장, 변이하는 생물을 창조해 냈다.

또한 그 시선을 배가하기 위해 인간 욕망이 유착된 수집과 축적물로서의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인공적 공간을 재연해 인간의 잔인성을 극명하게 전달한다. 서 작가는 “키치적 소재를 차용한 예술이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는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하며 자의적이다. 작가의 직관과 감각으로 심각한 것들을 하찮게 보게 하고 하찮은 것들을 심각하게 보이게 하는 내면에 깃든 예술성을 깨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빨대를 활용해 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정찬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현대성을 반영한 매개체인 플라스틱 빨대를 재료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조각조각 자르고 꽂아 분해와 재조합의 과정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들은 빨대 본연의 기능성을 해체하며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성을 부각시킨다. 재료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밀도와 값싼 이미지는 돌, 나무, 금속 같은 전통적인 재료와 대비를 이룬다.

기존의 용도를 전환하고 형태를 변형하는 심상치 않은 과정은 흔한 일회용품을 예술로 격상시켰다. 익숙함이 낯설음이 되는 시각적 충돌과 괴리는 관람객들에게 인간과 문명,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서동진 作
▲ 서동진 作

정 작가는 “빨대라는 재료적 한계를 작업의 구조적 특이성으로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실현해 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이번 작품 설치는 근간의 전개방식을 배제하고 살아 움직이고 호흡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공중 부양시켜 강한 유기적 `생명력`을 촉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갤러리 관계자는 “우리 시대의 무거운 사회적 문제를 아름답게 때로는 동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상투적으로 바라보는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발현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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