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인
어린 참나무들이 애써
누런 이파리들을 붙들고 있다
다른 나무들 낙엽지고
앙상히 맨살로 서 떨고만 있는데
겨울이 다 가도록
서걱이며 비벼대며 앙버티고 있다
어차피 칼바람에 눈보라 몰아치면
하나하나 떨어지고 말 테지만
얼음장 밑에서 물이 흐르고
새잎 돋아나는 눈이 틀 때까지
겨울바람 앞에서 함께 소리소리 치고 있다
겨울산에 당당히 선 어린 참나무를 본다. 지난 가을날 대부분 이파리들이 바람에 날려 갔지만 몇 잎 이파리들을 붙들고 서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 시련의 순간들이 닥쳐오면 상처입고 아픔에 들겠지만 그래도 이겨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고 새잎 돋아나는 새봄이 돌아오듯이 시인은 어둡고 차가운 현실의 시련에 굴하지 않고 시대의 봄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