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종 영
지나는 바람이 온몸을 할퀴고 가도
굳센 뿌리에 전율이 전해와도
긴 휘파람을 불곤 했다
아이들이 연을 날리다 나의 양팔에 감기도 하고
나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발로 툭툭 차기도 하지만
바람이 전해준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마다
두 손에 실려온 체온만큼
온몸을 덮히며 전율을 했다
저 산 넘어 소식에 발꿈치를 돋우었지만
잿빛 하늘만큼
일렁이는 바람의 뿌리가 나의 허리를 타고
누워있으라 속삭인다
거칠고 맵찬 겨울바람에 선 나목(木)은 거세게 닥쳐오는 겨울바람 같은 현실적 난관에 맞서서 당당히 극복해 나가겠다는 대결의지를 다지는 시인의 모습이다. 어떤 유혹이나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로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시인정신이 드센 겨울 바람에 빛나는 매서운 칼날 같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