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
정규는 강원 태생으로 일본제국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며 자신의 조형의지를 키워나갔다. 해방후 그가 미술계에 남긴 발자취는 광범위하다. 서양화가, 판화가, 도예가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족적을 남겼다. 국내에서 정규처럼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한 예술인도 드물 것이다. 표현주의·입체주의를 초월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전위 회화운동으로서양식화된 추상형태를 지향하는 구상작가들로 이뤄진 모던아트협회와 한국판화가협회를 통해 활동했으며 1958년 미국에 건너가 로체스터에서 1년 동안 판화와 도자기를 공부하고 귀국했다. 작가는 국내 현대 미술의 토대가 성립되던 1950~60년대 다양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며 미술계에 이바지 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다양한 굴곡을 겪으며 성장한 작가는 6·25라는 혼란기에 작품발표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53년 첫 개인전을 통해 화단에서 위치를 다진 작가는 첫 전시를 통해 정제된 형식으로 단순화를 추구한 형태의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그 시기 제작된 유화작품들은 거의 추상에 가까운 흥이 넘치는 작품으로 황색조의 색감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절제미를 통한 작가의 표현양식은 판화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데 목판화를 이용한 흑백의 단색조를 통해 대상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기 작가는 유화보다 판화에 더욱 애정을 갖고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1958년 한국판화협회 창립전과 목판화 개인전을 개최하며 한국 목판화의 독자적인 세계를 펼쳐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그가 도자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됐을 것이다.
끊임없이 타오르던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마무리 됐지만 짧은 기간 그간 불태운 조형 활동들은 빛이 바래지 않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