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구에 위치한 선린병원의 폐쇄는 곧바로 포항 남구지역에 있는 2개의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으로 시설이 좋은 성모병원과 세명기독병원은 연일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세명기독병원의 경우 올해 8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응급환자수가 500여명 이상 늘었다. 지난 4월 오전 평균 400여건에 불과하던 외래진료 접수건수가 9월 들어 평균 600여건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외래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접수를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가능할 정도가 됐다. 종합병원 내 소아과에서는 보호자들이 진료시작 1~2시간 전부터 접수를 위해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병원 인근 약국도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병실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포항 남구 종합병원 입원실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선린재활요양병원에 있던 노인환자들이 퇴원 후 마땅한 시설을 구하지 못해 대거 몰려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병원 병실마다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을 붙여 대기시키고 있는 노인환자들이 4~5명에 이르고, 임종을 앞두고 산소호흡기를 장착한 노인환자들까지 입원해 있는 실정이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이 응급상황에서 벗어나도 입원 병실이 나지 않아 기약없이 응급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형편이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환자들이 요양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병실을 차지하고 있으니 응급환자나 긴요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병실을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것이다.
선린병원의 폐쇄여파가 포항지역 의료전달체계에 과부하를 초래해 부작용을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병실을 구하지 못한 일반환자들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차지하면서 일어나는 응급의료체계의 마비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치료 우선순위를 정해 부상자를 분류하는 곳으로, 중환자가 자칫 경증환자로 분류될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져 골든타임을 놓침으로써 의료사고의 위험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보건당국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역 병·의원들의 협조를 받아 야간진료를 늘리는 등 비상 조치를 통해서라도 포항지역 의료공백을 메울 방안을 강구해 지역민의 걱정을 덜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