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메르스 때문에 미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이뤄졌다. 국익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이다. 어느 조직이든 그 수장은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조직의 외연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외국방문과 외교는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전히 박 대통령이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가 좋은가, 한국어가 좋은가로 설왕설래가 있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 및 유엔총회 참석 기간 중 총회 기조연설과 유엔개발정상회의 본회의 기조연설(26일), 유엔개발정상회의 상호대화 개회사(27일)는 우리말로, 그리고 글로벌 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회의 기조연설(26일)과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 개·폐회사(26일), 유엔평화활동 정상회의 발언(28일)은 각각 영어로 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반반 정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또한 국제관례를 참조해 언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택은 국가이익을 위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언어사용에 시비를 거는 것은 옳지 않다.
2년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한 것에 대해 야당의 모 의원이 가수 싸이를 거론하며 트위터에서 비판하다 논란이 일자 해당 메시지를 삭제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당시 그 의원은 박 대통령의 연설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 실력은 싸이가 한 수 위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하고 싸이는 한국말로 노래한다. 누가 더 자랑스러운가?”라고 글을 남겼다가 호된 질타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영어로 연설한 사실이 거론 되면서 그 의원의 논리는 정당성을 잃었었다.
국가원수가 해외에서 연설을 영어로 하느냐 모국어로 하느냐 하는 것은 그때 그때 상황과 외교 프로토콜 (protocol)에 따라 달라진다. 외교 관례에 따라 언어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영어로 강연한다고 하여 비난 받을 것도 없고, 한국어로 강연한다고 반드시 애국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을 잘 알리기 위해 영어를 써야 한다면 영어사용자가 더 효과적인 애국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노벨 문학상은 영어로 번역하여 한국문학을 널리 알려야 하는데 문학가들의 작품이 영어로 잘 번역되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학에도 영어사용과 영어강의를 두고 여러 가지 괘변들이 있다. 영어강의 정책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여긴 한국인데 왜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가 하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한국과 같이 부존자원이 적고 국토가 좁은 나라가 살길은 세계와의 무역과 교류를 통한 세계화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한국과 같이 작으면서도 경제적인 위상이 높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나라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유럽국가와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영어가 자국의 언어와 함께 아주 자유롭게 구사되고 있다는 데 있으며, 경제 및 국가의 활동이 국가의 크기와 상관없이 세계화 돼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나라들의 국민이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의 글로벌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제 한국대학의 캠퍼스에도 외국인 학생이 넘쳐나고 한국으로 유학을 오고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일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닐 정도로 보편화 되어 있다. 같은 맥락으로 대통령의 해외 방문 연설도 언어선택이 국제 관례에 따라 자유로워야 한다.
대통령이 국제관례가 있는데도 국민들의 정서에 신경을 써서 국제관례에 어긋난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국제관례와 판단에 의해 그것이 영어이든 모국어이든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언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