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동아시아 4개국의 아시안 컵 축구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남북한을 비롯한 중국, 일본이 승패를 겨루는 동북아 친선 축구경기이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는 중국과 일본을 이겼지만 어제 저녁 북한 팀에게는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우리 남자 축구도 중국에 이기고 일본과는 비겼지만 내일 북한과의 마지막 한판을 남겨두고 있다.
여하튼 일본 아베의 역사 왜곡 문제로 한·일, 중·일관계가 교착되고,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도 친선 축구 경기는 진행되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김창복 남자 축구 감독은 기자 회견에서 북한 축구는 `빨치산 전법`을 구사하여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축구에서 느닷없이 빨치산이 왜 등장하는가? 일부 독자는 빨치산을 북한지역의 어떤 산으로 오해할지도 모를 것 같다.
빨치산은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소위 혁명 활동에서 힘이 약할 때 쓰는 일종의 게릴라 전술이다. `파르티잔(partisan)`은 프랑스어의 `파르티(parti)`에서 비롯된 말이며, 당원·동지·당파 등을 뜻하는 말이나, 현재는 유격대원·편의대원(便衣隊員)을 가리킨다. 따라서 에스파냐어에서 나온 게릴라(guerrilla)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빨치산 전술은 정규군과는 별도로 적의 배후에서 통신·교통수단을 파괴하여 무기와 물자를 탈취 또는 파괴하고 인원을 살상하는 일종의 교란 전술이다. 그러므로 빨치산은 전시나 준전시에 일반주민의 협조나 지원이 없이는 수행할 수 없고, 그 지방의 지리나 지형에 밝아야 한다. 6·25 전쟁 전후하여 북한 잔류병들은 험악한 산지에 숨어 들어가 게릴라 전술을 펼친 적이 있다. 북한은 항일 전선이나 6·25 전쟁에서 사용한 이런 `빨치산 전법`을 축구 경기에서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선수 김영광은 우리 기자들에게`우리 원수(김정은)님께서 빨치산 공격 전법을 쌓으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북한은 축구라는 스포츠에도 수령의 빨치산 전법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북한 감독은 축구에서 동쪽에서 흩어졌다가 서쪽을 치는 동산사격(東散西擊)전술, 한걸음에 천리를 간다는 일행천리(一行千里) 기습 공격 전술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남자 축구는 일본은 꺾었지만 중국의 만리장성의 벽은 넘지 못했다.
북한은 정치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도 빨치산 식 투쟁방식을 전면에 내세우기를 좋아한다. 김일성 수령의 만주 일대에서의 항일 투쟁을 빨치산 전술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위함이다.
북한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도`가 그의 항일 무장 투쟁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김일성의 만주 일대에서의 게릴라 활동은 과대 포장되고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정치 뿐 아니라 생산에서도 문화에서도 수령의 항일 유격대식 빨치산 투쟁을 내세우고 있다. 수령을 영웅화하기 위함이다.
북한이 이번 빨치산 전술의 축구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지는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자. 북핵 문제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빨치산 식 축구를 내세워 이번 대회에 참여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전 세계가 변하고 사회주의 체제도 급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의 전술도 수비와 공격이 따로 없는 토탈 사커(total soccer)로 변하고 있다. 아직도 위장 전술을 앞세우고 정신전력을 강조하는 북한의 빨치산 전법도 이제 변화해야할 시점이다. 최소한 스포츠면 에서라도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구호가 사라질 때 북한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