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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 주목한다

등록일 2015-07-27 02:01 게재일 2015-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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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벌써 분단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도 변해야 하겠지만 북한 당국과 주민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과거 남북의 교류가 활발할 시기 내가 처음 만난 북한 사람들은 나를 매우 경계하였다. 사실 우리도 그들을 경계하였지만 그들 역시 우리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은 남한은 미국 제국주의가 지배하고, 지나친 생존경쟁으로 살기 힘든 곳으로 인식하고 있어 놀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료교육, 무료진료`을 받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보였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북한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통제되고 사상 교육과 전 매스컴이 연일 선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상당히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이 이를 뒷밭침하고 있다. 북한은 식량난의 장기화에 따른 `고난의 행군`은 주민들의 의식까지 바뀌게 한 것이다. 북한의 장기적인 경제 침체는 심각한 식량난, 가족과 이웃 관계의 해체, 보건 의료 체계의 약화, 공무원의 부패 만연 등의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불만은 조직화되거나 집단화되지 못하고 잠재화 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북한주민들은 `사회주의 이상`이라는 공식적 규범 보다는 식량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들의 `냉혹한 현실`에서 비공식적 규범에 따르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공식적으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실리를 찾고 물질을 존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전역에 시장이 날로 번창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북한의 경제난은 주민들의 당-국가에 대한 의존성이 약해지고, 통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충실성은 더욱 약화 시키고 있다.

첫째, 최근 북한 주민의 가치관은 개인주의적 자본주의적 성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경제위기 이후 자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우선하는 가치관으로 바뀌고 있다. 주민들은 협동 농장이나 기업소에서 일하는 것 보다 텃밭에서 일하거나 장마당에서 개인 장사를 하는 데 힘을 더 기울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통상적인 직업관과 선호도도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당 일꾼이나 교사 등 안전적인 직업보다는 무역일꾼이나 상업 등을 선호한다. 그로 인해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약화되고 혁명적 의리 보다는 금전적 인간관계가 우선시 되고 돈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둘째, 북한 주민들은 당 간부나 지도층의 권력 남용과 부패에 대하여 반감이 증대되고 있다. 이것이 당이나 수령에 대한 불신과 충성심에 대한 회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들은 당 간부는 `당당하게` 먹고, 보위부 간부는`보이지 않게` 먹고, 안전부 간부는 `안전하게` 먹는다는 말이 북한 땅에서 유행한지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관료 부패가 국가 기강이 붕괴될 정도는 아니지만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 시킬 가능성은 분명하다.

셋째,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남조선이`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중국보다 잘 사는 곳`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변명기재를 하나씩 갖고`우리는 아무도 부럽지 않다`는 말을 되내이고 있다. 그들의 자부심의 표현은 북한주민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의미보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낯선 생활방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민의식의 변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은 정책만으로 이룰 수 없고 남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비슷하게 될 때 쉽게 해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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