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서울공대 백서와 포스텍

등록일 2015-07-23 02:01 게재일 2015-07-23 18면
스크랩버튼
▲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서울대 공대(이하 서울공대)가 과감하게`반성문`을 출판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공대는 `201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부제:좋은 대학을 넘어 탁월한 대학으로)`를 발간했는데 이러한 백서를 낸 것은 24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이번 백서를 주도한 이건우 공대 학장과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기에 그의 용기를 개인적으로 칭찬해 주었지만, 교수들이 힘을 모아 이러한 보고서를 출간하였다는 것에 가벼운 흥분을 느끼게 된다.

백서는 야구에서 번트를 친 후 `간신히` 1루에 진출하는 타자에 교수들을 빗대면서 탁월한 연구 성과(만루홈런)가 없다고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백서는 국제적 대학평가 기준으로 상위권에 드는 서울공대라면 공대의 여러 분야에서 유명 학자들이 적어도 한두 명씩 나와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교수들이 적당히 쉬운 주제로 논문을 낸다는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주요 연구중심 대학들이 안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다.

한국의 공대는 그동안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인구 대비 공대 졸업생 수는 OECD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지식과 실무능력 부족 등 질적 수준에선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은 “공대 졸업생을 뽑아 실제 업무에 투입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불평한다.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이 엄청나고 교육기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학교 교육과 산업 현장 간의 괴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이다.

공대 교육과 연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공대 교육은 산업 현장과 동떨어질 수 없다. 현장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를 학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교수들은 실용기술 개발에 주력하여야 하고 산학협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 실리콘 밸리를 꾸려 나가듯 그러한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기업들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 이론적인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기초 이론이 부족하고 실용에만 치우치면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는 대응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연구중심대학들은 이론적인 연구를 계속하여 새로운 기술개발의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사명도 있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고심 하는 건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서울공대 백서를 보면서 우리 지역의 연구중심 대학인 포스텍을 돌아보게 된다. 서울공대 백서로부터 포스텍의 현재의 모습을 되짚어 본다.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교수 일인당 논문수, 논문 인용수에서 포스텍은 단연 국내 최고이며 아시아 최고수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임팩트(impact)를 주는 그러한 연구와 교수는 부족하고 더 늘어나야 한다.

노벨상을 사반세기 내에 끌어내겠다는 야심을 가졌던 포스텍은 아직 그 미션이 진행형이다. 그런데 최근의 포스텍은 우려스럽다. 대학의 인프라(Infra), 연구력, 인지도 등 대학 경쟁력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서 상승세가 꺾여 있는 상태이다. 상승세가 꺾인다는 것은 퇴보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지금은 포스텍의 통렬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포스텍은 이제 새로운 총장,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포스코와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포스텍의 존재는 지역을 넘어서 한국의 자존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텍은 아마도 서울공대처럼 `포스텍 백서`를 만들어 봐야 할 지 모른다.

통렬한 반성과 현실 고찰을 통해 새로운 포스텍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서의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