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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들에 대한 오해와 이해

등록일 2015-07-13 02:01 게재일 2015-07-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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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후배 김진향 교수가 `개성 공단 사람들`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의 개성 공단 근무 4년의 귀중한 체류 경험을 솔직하게 책에 담았다. 2002년 시작된 개성 공단은 남북의 근로자 5만3천명이 오늘날 까지 호흡을 같이 하는 `기적적인 공간`이다. 이 책은 북한체제나 북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오해을 불식하고 그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나도 10여 년 전 공무로 북한 땅과 해외 여러 회합에서 북한 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끔 그들과 사적인 대화 까지 할 수 있었음은 귀중한 체험이다. 그들과의 짧은 만남과 대화가 그들의 속내까지는 알 수 없지만 평소의 나의 생각과 `다른`그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사람의 사고나 의식은 그가 처한 환경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여기에서 우리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나 막연한 오해를 몇 가지 제시한다.

우리는 흔히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 봉건적인 잔재는 이미 붕괴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봉건적인 전통적 가치와 사고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북한주민들은 아직도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다. 1991년 여운형의 딸 여연구가 남한 방문 시 실토한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 사람들은 연장자에 대한 예의는 남쪽 보다 강한 것 같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정상회담차 방북한 김대중 대통령을 자신보다 연로하다는 이유로 백화원 초대소에 아침 인사를 다녀간 적이 있다. 북한은 대가족제하의 가부장적 전통도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제사를 지내고 형식은 달리하지만 관혼상제를 매우 중히 여긴다. 북한의 수령이 `사회주의 대 가정`의 가장으로 군림하고 세습체제가 유지되는 것도 봉건적 잔재와 무관치 않다.

우리는 북한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우선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들이 물질적으로는 매우 어렵지만 정신적 가치나 명분을 오히려 중시하고 있다. 그로인해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생산성을 독려하기 위해서도 물질적 자극보다는 오히려 `정치 도덕적 자극`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본주의적 방식은 그들에게 잘 통하지 않는다. 어느 남한의 부자는 방북 시 북한 식당 봉사원들에게 팁을 주다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모두가 우리식으로만 생각한 결과이다. 물론 북한에서도 시장의 확대에 따라 돈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가난하니까 우리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바꾸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에 매몰되어 개인은 전체에 무조건 복종만 한다는 생각역시 오해이다. 그들이 10만명이 모이는 집단체조는 가능하지만 그들의 사고마저 한 곳으로 몰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사회에서 집단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지만 개인의 일상적인 자유나 생존권마저 몽땅 빼앗긴 것은 아니다. 북한 사회의 절대 빈곤과 자유의 억압이 주민 2만7천명의 탈북 행렬로 이어진 현실은 이를 입증한다. 북한에서도 불륜이 많고 이혼이 자유롭다는 사실도 늦게 알았다. 북한주민들이 겉으로는 당과 국가의 공식적 규범에만 따르지만 부정부패 등 개인의 일탈 행위가 날로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반공 교육에 의해 북한 사람을 뿔이 달린 도깨비로 보았듯이 북한 사람들 역시 남쪽 사람을 뿔이 달린 사람으로 알고 우리를 매우 경계한다. 심지어 북한 사람들은 우리를 미군의 감시와 구속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러한 상호 오해를 풀고, 상대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교류부터 재개되어야 한다. 통일의 새벽은 남북한 사람들이 마음의 빗장을 푸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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