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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 숙청

등록일 2015-05-18 02:01 게재일 2015-05-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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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의 반당·반혁명 분자 숙청은 정적의 제거 수단이다. 김일성 공산 정권 수립 후 60여 년 동안 반대파를 제거하는 반혁명 종파 사건은 수없이 많이 자행되었다. 6·25 전쟁 직후 남로당 출신 박헌영은 미국의 스파이 누명으로 친소파 허가이는 반혁명 분자로 낙인찍혀 숙청되었다. 1956년 최창익·박창옥의 숙청도 대표적인 반혁명 종파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1976년 당시 부주석 김동규와 사회 안전 비서 류장식도 종파 분자로 몰려 숙청되었다.

북한의 반혁명 종파 사건은 김정일 정권하에서도 계속되었다. 2009년 화폐 개혁에 실패한 당 재정 부장 박 남기의 처형 등이 대표적인 숙청 사건이다.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북한에서 김정은의 정치적 불만세력에 대한 숙청은 더욱 노골화되었다. 지난 2012년 7월 인민군 참모장 리영호의 숙청, 12월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 이번의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의 제거 등이 대표적인 종파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이 상대를 반혁명 종파 분자로 몰아 제거하는 방식은 선대와 거의 차이가 없다. 수령의 노선에 불만이나 이견을 제시하는 자, 수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비리에 연루된 자는 반당·반혁명 분자로 낙인찍힌다. 북한에서 이들의 제거 방식은 가벼운 강등이나 철직 등에서 부터 정치범 수용소 감금이나 공개 처형에 이르기 까지 잔인하게 이루어진다. 국정원은 김정은 정권이후 2012년 3명, 2013년 30명, 2014년 31명, 2015년 8명이 72명이 처형되었다고 보고 하였다. 가히 현대판 공포 정치가 북녘 땅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이러한 무자비한 숙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젊은 김정은의 권력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증거이다. 김정은은 선대인 김정일의 선군 정치를 권력 보위의 수단으로 삼았지만 권력의 안정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통치 경력의 일천함과 미숙함이 정책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의 통치력의 불안과 경제 위기의 극복이라는 이중적 강박증이 숙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공포 정치의 분위기하에서 젊은 수령의 행차 시에는 늙은 당·군의 간부들은 반드시 수첩을 들고 수행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수령 옹위의 3대 기둥은 당, 인민, 군대이지만 실질적으로 수령을 옹위하는 세력은 당과 군의 핵심 권력층이다. 이로 인해 당과 군부의 간부들은 다투어 수령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권력 실세인 장성택의 처형은 당 간부나 군 간부들에게는 엄청난 경고 메시지를 주었을 것이다. 결국 수령 결사 옹위야 말로 북한 권력 실세들의 자신의 신변 보호수단이며, 사회 정치적 생명의 연명 수단이다.

그러나 역사에 정적 제거를 위한 공포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로마 제국의 폭군 네로, 프랑스 혁명 전 단두대 서슬로 유명한 루이 16세, 극악무도한 히틀러의 정적 제거, 러시아 혁명 후 피바람 불었던 스탈린의 숙청도 결국 역사의 단죄를 받고 말았다. 스탈린은 “한 사람의 죽음은 슬프게 여기지만 100만명의 죽음은 단지 통계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여 그의 잔혹한 숙청과 처형 심리를 읽게 했다. 20세기 악명 높은 루마니아의 차우세스크, 캄보디아의 폴 포트, 이라크의 후세인도 결국 처형되고 말았다.

북한의 반당·혁명 분자의 척결이라는 공포 정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산주의 혁명을 겪지 않는 북한 땅에서 반혁명 분자 숙청은 독재의 명분일 뿐이다. 반당 분자도 따지고 보면 북한 전체주의의 집단 옹호 수단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면서 광기를 노출하지만 반드시 단죄 된다는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다. 북한 땅에서 공개 처형이라는 공포정치는 시급히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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