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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시청자와 함께했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5-05-11 02:01 게재일 2015-05-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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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주년 맞은 KBS1 `가요무대` 연출 양동일 PD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거나 갑자기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진중하고 투박한, 변하지 않는 맛을 보여 드린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면 비결 아닐까요.”

KBS 1TV `가요무대`가 올해로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큰 화제를 끌고 다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매주 월요일 밤 10시 각 방송국의 월화드라마에 맞서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사수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을 다 합쳐야 `가요무대` 시청률과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2012년부터 `가요무대` 연출을 맡은 양동일<사진> KBS PD는 “`가요무대`의 힘은 늘 곁에 있어주는 친구나 부모님 같은 꾸준함과 따뜻함”이라고 말했다.

◇시청자와 함께 호흡한 30년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그리고 근로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사회자 김동건의 인사말로 시작되는 `가요무대`는 1985년 11월18일 첫 방송을 했다.

지금까지 방송된 횟수는 무려 1천416회. 57회에 달하는 지방공연을 통해 전국 구석구석을 누볐고 리비아·미국·일본·중국·독일·브라질 등 9번의 해외공연으로 국외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동포와 근로자들을 만났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시청자들로부터 사연과 함께 받은 신청곡으로 무대를 꾸며 위로했다. 아들을 잃고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불렀던 노래, 돌아가신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 등 가수들의 무대와 함께 소개되는 시청자 사연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양 PD는 `가요무대`의 장수 비결에 대해 “국민이 시름에 빠져 있을 때 슬픈 음악으로 위로했고 즐거울 때는 신나는 음악으로 함께 기뻐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도시에서 혼자 나와 살면서 연애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스파게티 먹고 잘살고 있지만 상처받고 울적할 때는 어머니한테 전화해 위로받고 싶지 않나. `가요무대`는 특별한 것이 들어 있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어머니의 된장찌개, 외할머니의 시골집 같은 존재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 다시 시청률 강세… “젊은층도 우리 가요의 가치 알게된듯”

`가요무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들이 즐비한 방송 3사의 월화극을 제치고 월요일 밤 10시 시청률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6월께 월화드라마들이 주춤한 사이 1위로 치고 올라오더니 두자릿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월화드라마들이 시청률 10% 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가요무대`는 꾸준히 12~13%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양 PD는 “2~3년 전보다 평균 시청률이 3% 정도 올랐는데 어떤 사람들은 고령화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고령화가 그렇게 갑자기 이뤄지는 것은 아닐테고 점차 젊은 층들도 우리 가요의 가치를 알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는 예전 것, 낡은 것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요즘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조금 더 가치를 두게 된 것 같다”며 “`가요무대`에 출연해 옛곡을 부르고 싶어하는 아이돌그룹도 많다”고 덧붙였다.

200여년 전 만들어진 모차르트 음악이 클래식을 대표하는데, 100년이 다되는 우리 가요도 그 고전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가요무대`가 표방하는 정신이다.

양 PD는 “할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아버지가 이어 들었고, 아들은 가요무대를 보며 아버지를 추억한다”며 “30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가 있다. 그걸 지켜나가는 것이 가요무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 다채로운 30주년 특집 마련… “고향의 노래 계속 들려 드려야”

30년을 맞은 `가요무대`는 올해 세상을 떠났어도 노래로 영원히 기억되는 `불멸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한편 남녀노소, 국내외의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해외 공연도 추진한다. 지난 2013년 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근로자를 위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독일 공연에 이어 또 다른 곳을 찾아 조국이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는 위로를 건넬 계획이다.

지난 녹화에는 탈북예술인들의 단체인 평양예술단이 무대에 올랐다. 녹화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 가수 현철을 만난 이들은 “북에서도 선생님 노래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가요야말로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의 한민족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

양 PD는 “유행을 좇으려는 욕심만 없으면 `가요무대`는 앞으로 30년, 100년도 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제가 연출을 맡고 있을 때 통일이 돼서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랑극단처럼 한 바퀴 순회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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