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새정치연합이 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하였다. 야당 지지기반이 강한 관악 을은 물론 광주에서도 새정연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성완종의 부패 스캔들이 폭로된 호재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참패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야당의 이러한 참패 원인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새정연의 보선 패배에는 야권의 후보 분열이 크게 작용하였다. 사실 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관악 을, 광주에서는 탈당한 정동영과 천정배가 출마함으로 일찍부터 2:1의 선거 구도가 자리 잡았다. 새정연은 그래도 선거 막판에는 야당 후보에게 표가 몰릴 것을 막연히 기대 했으나 그 같은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이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사전에 막지 못한 당 지도부의 원초적 책임도 배제 할 수 없다.
둘째, 새정연의 당내 분열과 갈등이 선거 패배를 자초하였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당대표 경선 시의 문재인과 박지원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는 셈이다. 당내의 친노와 반노, 비노, 중도라는 내분 구도가 이번 선거 결과에도 반영되었다. 문재인 대표의 친노에 대한 비노나 동계동 계의 반발이 선거 과정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동분서주한 `나 홀로 지원 유세`에는 야권의 인기 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문수, 오세훈까지 동원된 여당의 유세전과는 너무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여야 격돌 가능성이 예상되는 보선에서 야당이 전략 공천을 배제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후보 선정방식에도 문제가 있고 그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셋째, 선거전에서 새정연의 전략 전술의 혼선이 패배를 자초하였다. 새누리당의 `지역 일꾼론`이 오히려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를 얻은 셈이다. 새정연의 `정권 심판 론`은 유권자들에게 구태의 정쟁으로만 비쳐져 버렸다. 야당의 인사 실패, 경제 실패, 부정부패라는 3패 정권 심판 론은 역으로 보수층만 결속시켰다. 결국 야당은 선거 초반에 터진 성완종 부패 리스트라는 호재를 선거전에 활용치 못하고 역공을 받은 것이다. 여당의 성 완종의 리스트에 대한 사면 문제 제기에 문재인 대표의 부적절한 대응 방식이 문제라는 주장도 많다.
이러한 세 가지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제 1야당의 보선 전패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야심찬 `이기는 정당`의 슬로건은 결국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벌써 보선 참패에 대해 박주선 의원 등은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내년 총선에 앞서 뉴 디제이 호남 신당을 창당하여 새정치연합과 대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호남 지역 신당을 창당하여 새정연에 도전하여 야권의 정개 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망국적인 지역 정당의 망령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역 정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한데 그것은 제 3당 출현과 실패가 보여준 교훈이다. 지역 신당 출현은 호남 민심도 아닐 것이며, 야권 분열에만 기여할 것이다.
여하튼 출범 석 달도 안 된 문재인 대표의 새정연은 보선 전패로 당 내외의 도전으로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당의 통합과 쇄신을 동시에 이루어야하는 이중적 딜레마 앞에 서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다. 문재인 대표는 우선 약속대로 당내의 누적된 계파부터 해소해야 한다.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변증법적인 합의과정은 당의 이미지는 추락시킬 수 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경구를 지금 야당 현실에서 눈으로 보는 듯하다. 새정연은 당을 혁신하여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고 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결국 야당이 이렇게 탈바꿈하지 않고는 내년 총선뿐 아니라 2017년 대선의 결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