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 자금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통령의 남미 순방도 보궐 선거도 뉴스의 뒷자리로 밀리고 있다. 고인의 윗 주머니에서 8명의 명단과 정치 자금인지 뇌물인지 모를 액수가 공개되고, 자살직전의 언론사의 녹취록까지 전면 공개되었다.
문제의 리스트에는 전 현직 비서실장 3명, 3명의 자치 단체의 장, 전 사무총장, 현 총리가 포함되어 있다. 그가 뿌린 액수가 7억에서 부터 3천만원으로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검찰에서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 총리와 경남지사부터 소환할 전망이 우세하다. 아마 두 분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완구 총리는 리스트 상 액수가 가장 적은데도 정치적 상처는 크기 때문일 것이다. 홍준표 지사 역시 리스트의 다른 사람은 모두 친박 실세인데, 자신은 친박이 아닌데도 성완종의 파편을 크게 맞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터지자 야당은 야권의 분열로 힘든 보결선거에서 백만 응원군을 만났다고 내심 기뻐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친박 핵심부의 부패 게이트`로 규정하고 여당과 친박은 과거 차떼기 정당의 DNA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맹공을 퍼 부었다. 새누리당도 사건 초기의 당황하던 입장을 바꾸어 노무현 정권하의 이례적인 사면을 질타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들은 불리한 정국을 `사면 정국`으로 국면 전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마다 터지는 불운한 사태는 국민들을 불안케 한다. 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대통령의 심기는 매우 편치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1년차는 총리와 장관 후보의 낙마와 윤창중 스캔들로 얼룩졌으며, 집권 2년차는 세월호 참사로 국정의 혼미를 초래하였다. 새롭게 출범하려는 집권 3년차는 정부 여당의 비리 척결 선포 후 터진 성완용 파동은 `자살 폭탄`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부패척결을 밀어 붙이던 총리가 제 발등을 찍은 꼴이지만, 그 파장은 관련자 뿐 아니라 정부 여당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먼저 오늘 귀국 후 성완종 파문을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의심받는 측근부터 정리하여야 한다. 총리의 사퇴는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대통령은 과거처럼 시간을 끌지 말고 후임 총리를 신속하게 임명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 범주를 종래의 친박이라는 좁은 굴레부터 탈피해야 한다. 대통령은 동시에 리스트에 기재된 현 비서실장도 빠르게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검찰이 청와대나 정부로 독자적으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 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 비서실장은 성완종의 리스트에는 정치 자금 액수가 적혀 있지 않다. 그러나 성완종의 녹취록에는 `내가 0 0하면 그 사람 물러나야 할 텐대` 라고 분명히 녹음되어 있지 않는가.
정부가 이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거나 특정인이나 세력을 비호하거나 묵인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벌써 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의 외압의 증거가 언론에 소상히 보도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과거의 인사 파동이나 지난해의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는 문제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그 처방도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 여당도 과거처럼 대통령 눈치만 보지 말고 난국 타개의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도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치 개혁안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이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잘 처리할 경우 국정 추동력은 회복할 것이지만 그것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의 네임 덕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