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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망신이냐

등록일 2015-04-16 02:01 게재일 2015-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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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물포럼 개회식부터 망신살이 뻗쳤다. 12일 개막 행사 도중 박근혜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개막을 알리는 `자격루의 북소리`를 울리는 순서였다. 정상들이 줄을 당기면 나무로 만든 자격루 상단의 항아리가 기울어져 물이 아래로 흘러 내리고, 물의 무게에 의해 몽둥이가 움직여 북소리가 울려야 하는데, 그만 나무로 만든 2m 높이의 구조물이 통째로 넘어진 것이다. 놀란 경호원들이 단상으로 뛰어올라가고, 박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됐나 싶어 살펴보기까지 했다.

자격루는 세종대왕시대에 과학자 이천·장영실 등이 만든 국내 최초의 물시계이고, 그 원형이 지금 덕수궁 뜰에 보관돼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물이 떨어지고, 아랫쪽 통에 물이 일정량 모이면 그 무게에 의해 북소리가 울려 시간을 알리는 원리다. 물포럼에 물시계가 개막을 알리게 하는 그 구상은 좋았으나, 그 중요 이벤트가 그만 망신으로 끝났다. 서울의 한 대행업체가 맡아 기획 진행한 것인데, 이 날 사고원인에 대한 해명은 하루가 지날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번 물포럼은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시작됐다. 이것은 MB정부가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유치한 행사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고, 환경운동본부는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이후 대한민국의 물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2009년 포럼 개최도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말썽이 있었다. 10년 넘게 포럼을 준비했던 `물의 도시` 강원도 춘천이 탈락하고 대구·경북이 정해지자, `정치적 결정`이란 뒷말이 많았는데, 결국 `부정(不淨)`을 타고 말았다.

KTX포항역사 건물이 영업 개시 보름도 안돼 비가 줄줄 새는 망신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우산을 써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비가림 케노피 곳곳에서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샜던 것이다. 그런데도 포항역 측에서는 안내문 하나 내붙이지 않았고, 필요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봄에는 비가 많고 비소식 예보까지 나왔음에도 방치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변명에만 급급했다. `관광 동해안`이란 큰 꿈을 안고 개통되는 KTX동해선인데, 초입부터 무책임한 당국자들 때문에 관광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심야에 포항역에 내리는 승객들은 시내버스를 탈 수 없고, 할증료가 부과되는 비싼 택시를 타야 한다. 심야버스 배차를 포항시가 미처 준비하지 않은 탓이다. 같은 시기에 개통한 광주시는 심야버스를 총 4대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의 경우, 210번은 오후 11시 15분, 107번은 오후 11시 30분, 500번은 오후 11시에 끊어진다. 0시 40분에 도착하는 승객들은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세심한 후속조치가 나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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