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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세상의 생각 차이 말하고파”

연합뉴스
등록일 2015-04-16 02:01 게재일 2015-04-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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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보라 감독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서 청각장애 부모의 이야기 담아
▲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의 한장면.
“내가 이렇게 태어났고, 내가 잘 아는 이야기이니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부담감도, 사명감도 모두 있었죠.”다른 아기들이 입으로 옹알이를 할 때 `손으로 옹알이`를 하고 유치원에 들어가서야 말이 터졌던 소녀가 자라 청각장애인 부모와 가족의 삶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말과 수화로 내레이션을 했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든 스물여섯 살 젊은 이야기꾼 이길보라 감독은 15일 가족의 내밀한 삶을 영화화해 개봉까지 하게 된 데 대한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세상이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고 그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라며 “부모님, 동생, 할머니, 고모 모두 그랬다”고 말했다.

세상이 생각하는 장애인이란 어떤 모습인지 되묻자 그는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라고 말했을 때 친구의 당황하는 표정”이라고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몸으로 겪은 것들이에요. 상대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존재가 미디어에, 집밖에 나오지 못하니 그런 `다름`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거죠.”그래서 이 감독은 장애인이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지하철에서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에는 감독의 마음이 온전히 담겼다.

스크린 속 어머니와 아버지는 여느 집의 부모와 같이 사랑해 결혼했고 울고 웃으며 자식을 키웠다. 장애 없이 태어나 장애인 부모의 입과 귀가 되면서 조금 일찍 철이 든 남매도 울고 웃으며 자라났다. 그 모습을 카메라는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동시에 영화는 청각장애인 특유의 풍부한 표정과 몸짓을 섬세하게 잡아낸다. 이역시 이 감독만의 특별한 성장 배경에서 비롯한 것이다.

“부모님은 표정이 풍부한데 이를 말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영화를 통했기에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까지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은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빈도도 높다고 해요.”

영화에서 소개된 대로 이 감독은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떠나 길을 학교로 삼은 `로드스쿨러`다.

그는 이 경험을 스무 살 문턱에 들어서기 전 `길은 학교다`와 `로드스쿨러` 등 책과 중편 영화로 옮겼다.

“당시에는 분쟁지역에 관심이 많아서 NGO 활동가나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었는데좋은 성적을 받아서 무언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직접 그들의 삶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스스로 `영화감독`보다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청각장애인과 그들의 문화에 관한 책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베트남전에 관한 영상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가 대화가 힘들다 보니 제가 어렸을 때부터 중간에서 말을 전하는 역할을 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이 저였죠. 할아버지가 월남 참전군인이었던 터라 그에 관한 궁금증이 많아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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