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으로 떠나는 봄여행
따뜻한 봄 기운을 느끼려면 울진으로 떠나자. 울진군은 천혜의 풍경을 자랑하는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망양정(望洋亭)과 월송정(越松亭)이 있을 만큼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최근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탄생했다. 은어와 연어 회귀천인 울진 왕피천과 남대천, 말루·현내항을 잇는 남대천 은어아치 보행교가 그것이다.
바다와 강이 맞닿은 곳에 조성된 은어아치 보행교를 배경으로 동해의 부상(扶桑)을 박차고 떠오르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엄`이다.
남대천 가르는 아치 보행교
동해안 해맞이 명소 급부상
해안 기암절벽에 선 망양정
`수로부인의 연정` 고스란히
□ 남대천 은어(銀魚)아치 보행교
맑은 햇살이 부서져 은빛 해비늘이 돋는 코발트빛 바다, 신라 수로부인의 은밀한 연정과 망양정·월송정의 200리 관동팔경을 따라 석류알처럼 쏟아져 나오는 스토리텔링, 후포·죽변항이 풀어놓는 싱싱한 먹을거리, 은어와 연어, 그리고 울진금강소나무를 좆아 빠져드는 힐링…. 봄볕과 봄바람이 `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의 속살을 간지럽힌다.
울진의 옛 이름은 `선사`다. “신선이 떼배를 타고 유유자적 자연에 묻혀 삶을 영위하는 고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울진은 예로부터 `신선의 땅`으로 불렸다.
임광원 울진군수가 2010년 민선 5기 단체장으로 취임하면서 울진군의 전략적 가치로 `생태문화관광도시 건설`을 내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적 명품브랜드로 각광받고 있는 `울진미역`을 얻기 위해 울진의 사람들은 아마득한 시절부터 오동나무 10여개 내외를 나란히 엮어 만든 일종의 원시적 고깃배라 할 수 있는 `떼배`를 이용했다.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떼배로 싱싱한 돌미역을 건져 올리고 뭍으로 나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돌미역 주산지인 `짬`에서 해녀들이 건져 올린 돌미역을 가득 싣고 배를 저으며 바람을 따라 뭍으로 오는 어부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이자 오랫동안 울진사람들이 지켜 온 `생태어로`의 역동적 현장이다.
특히 동해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울진읍 염전마을에 조성된 관동팔경 녹색경관길 남대천 은어 아치 보행교는 은어 조형물과 함께 동해의 일출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국 최고의 `일출 경관지`로 각광받고 있다. 울진군이 2013년 2월에 첫 삽을 뜬 남대천 은어 아치 보행교는 4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월 완공됐다.
□ 기성 조도잔(鳥道棧)과 수로부인
코빌트빛 바다와 붉은 장엄이 연출하는 빛깔은 가히 자연만이 가져다주는 `황홀`이다. 송강 정철 선생이 일찍이 울진 망양정을 찾아 비로소 눈으로 확인한 `천근(天根·하늘뿌리, 수평선)`이 `푸른빛과 붉은 빛이 어우러진`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을 선사한다.
망양정이 본래 기성면 망양리에서 이곳 근남면 산포리로 이건하기 전 송강 정철이 밟은 망양정은 바다와 맞닿은 해안 절벽 위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이는 조선조 최고의 진경화가인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는 그야말로 해안 기암절벽에 단아한 모습으로 푸른 동해를 조망하는 당시의 망양정을 실사(實寫)처럼 보여준다. 파도가 햇볕에 흰 포말을 유리알처럼 부수며 해안절벽을 오르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도 황홀 그 자체다.
망양정에는 사뭇 가슴을 치는 수로부인의 연정이 오롯이 녹아있다. 남편인 강릉태수를 만나기 위해 당시 신라 수도인 동경(현 경주)을 떠나 험한 파도 넘실대는 바다길을 따라 먼 여정에 나선 수로부인이 울진 땅 기성에 도착해 `열정의 스캔들`에 빠진다.
삼국유사는 수로부인이 얽힌 소중한 사랑의 노래 두 편을 남겼다. 하나는 `헌화가(獻花歌)`요 또 하나는 `해가(海歌)`다.
최근 영덕군이 진작에 새천년도로를 개설하면서 수로부인 설화를 차용해 관광명소 조성에 나선 강원도 삼척시에 `헌화가 발상지는 영덕`이라며 화살을 날렸다.
영덕군은 지난해에 `수로부인 헌화가 재조명 학술심포지엄`을 갖고 영덕군 굴곡포가 `헌화가의 발상지`라고 주장하고 `임해정이 울진 월송정 인근`이라고 제시해 두 지자체간 논란의 불을 당겼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전영권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학)는 `수로부인 행로의 문화·역사·지리적 분석`이라는 학술논문을 통해 “영덕 굴곡포가 헌화가의 배경 발상지”라며 이의 근거로 “삼국유사 `수로부인 조`의 배경과 굴곡포의 지형적 배경이 맞아떨어지고, 굴곡포로부터 이틀거리인(1일 도보 30㎞ 기준) 울진 평해 월송정이 삼국유사 수로부인 조에 나오는 임해정”임을 제시했다.
이 같은 주장에 근거해 “영덕 굴곡포가 헌화가의 발상지”일 경우 울진군 월송정 일원은 삼국유사의 `해가`의 발상지 `임해정(臨海亭)`이 유력해지며 이와 반대로 삼척시의 주장대로 `삼척 새천년도로 일원이 해가의 발상지`이면 `울진은 헌화가의 발상지`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사학자들과 울진지역 향토사학가들은 “울진 기성 옛 망양정 부근이 수로부인 관련 배경지”임을 비정(批正·비평해 바로잡음)한 바 있다.
실제, 조선 숙종·영조 대의 뛰어난 문인인 옥소(玉所) 권섭(權燮·1671~1795)의 `옥소고(玉所稿)` `유행록(遊行錄)` 권2(卷二)에 “임의해대는 망양정 아래에 있다”는 기록에 미뤄 옛 망양정 부근이 임해대(정)로 확인될 경우, 울진 망양정 부근이 `수로부인 관련 역사문화적 배경지`로 새롭게 조명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옥소 권섭 선생의 `기성팔경` 등 옛 문헌기록에 나타나는 기성 망양리의 해안 절벽을 잇는 옛길인 `조도잔(鳥道棧)`으로 미뤄 `기성 망양 해안`이 수로부인의 해가(海歌)의 현장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울진/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