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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특급호텔 개장 포기 왜?

박동혁기자
등록일 2015-03-25 02:01 게재일 2015-03-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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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지역상권보호 정당 판결<BR>대형마트 연계입점 물건너 가

인구 52만 도시 규모에도 이렇다 할 특급호텔 하나 없는 포항의 구겨진 체면을 살려줄 것으로 기대를 받아오던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이 오픈 포기를 공식선언했다.

당초 이 호텔은 오는 4월 2일 KTX 포항~서울 직결선 공식개통에 맞춰 3월 30일 문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시 개장을 계획하던 대규모 판매시설의 입점이 불가능해지면서 특급호텔 유치의 꿈이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베스트웨스턴 측이 포항시에 보내는 `최후통첩`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호텔 개장을 위한 필요조건인 대형마트 입점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스트웨스턴은 24일 호텔 운영권자인 ㈜비지에이치 코리아 고위관계자가 포항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본 후 개장을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해당 건물의 시행사인 STS개발㈜이 최초 계획한 호텔(베스트웨스턴 호텔)과 대규모 점포(롯데마트) 간 연계사업이 틀어진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는 연면적 7만1천516㎡의 호텔과 연계해 연면적 4만6천926㎡의 롯데마트를 오픈하기 위해 2013년 2월 포항시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을 신청했다.

당시 포항시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의 대형 점포 개설등록 신청을 심의한 끝에 전통시장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롯데 측의 개설등록 신청을 반려했다.

롯데 측은 같은해 12월 포항시를 상대로 `대규모 점포개설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을 맡은 대구지방법원과 대구고등법원은 “전통시장 상업보존구역 지정 고시는 정당하며, 대규모 점포 개설 허가는 행정 재량 행위”라는 이유로 포항시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 측은 지난 2월 고심 끝에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이로 인해 호텔과 대규모 점포를 연계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STS개발㈜의 계획이 삐그덕 거리게 된 것.

이같은 상황 속에 지난 12일 ㈜비지에이치 코리아가 STS개발㈜ 측에 오는 31일까지 개관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베스트웨스턴 측이 포항호텔 포기를 선언한 24일에도 대규모 점포 관련 포항시 주무부서인 경제노동과에는 STS개발㈜ 고위관계자들이 방문해 롯데마트 입점을 위해 시 차원에서 적극 나서주기를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개장의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포항시도 난처한 입장에 놓여있다.

비록 대형마트 입점 불허와 관련된 소송이 박승호 전 시장 시절 시작된 이후 1년여에 걸쳐 진행될 만큼 중요한 사안이어서 함부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호텔의 개장 포기 결정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소송의 당사자로서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에도 난처한 입장이다”며 “결국 사업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마트 규모를 축소하거나 판매제품의 종류를 제한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반대측 시민을 아우르고 사회적 협의를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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