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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작아도 존재감 있는 역이 끌려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5-03-20 02:01 게재일 2015-03-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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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기 영화 `화장`서 오 상무역 맡아 절제된 연기 펼쳐
배우 안성기(63)는 평소 단편소설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분량은 짧아도 기승전결과 메시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연기할 때 감성과 느낌을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안성기 서재의 한쪽에는 그가 한 권씩 사들인 이상문학상 전집이 있다.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김훈의 `화장`도 그 중 하나다.

`화장`은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보살피던 중년의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면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야기다.

`화장`에 매혹됐고 영화화하기를 바랐던 안성기는 제작사 명필름으로부터 주인공 오 상무로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제가 나이는 이미 중년이 넘어갔지만, 몸과 마음은 중년 전이에요. (웃음) 중년이라는 상황과 그 심리를 다루는 영화를 할 수 있어서 반가웠죠.”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한옥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안성기는 막상 영화를 찍느라 고충이 만만치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느낌이 있는 작품이죠. 오 상무를 위해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어요. 그 분위기, 그 느낌을 유지한 채 에너지를 쏟아붓는 수밖에 없었죠. 그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 하다 보니 늘 현장에서도 억제되고 침잠돼 있었죠.” 특히 일상에 지친 오 상무가 연모하는 추은주(김규리 분)를 훔쳐보는 장면에 그는 꽤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추은주를 바라보는 오 상무를 카메라가 훔쳐보는 거잖아요. 일종의 관음이죠. 그때 오 상무 눈길은 먹잇감을 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의 사람들이 감추는 시선인 거죠. 정말 힘들었어요.” 안성기는 “그래도 촬영 후 모니터를 했더니 정말 좋다고들 해서 고무됐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시나리오는 더 노골적이었는데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가 덜되는 느낌이었다”면서 “완성본처럼 감정을 절제해서 깔끔하게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952년 새해 첫날 태어나 여섯 살에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지금까지 무려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안성기는 “올해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뜻대로 해야겠다”는 일종의 목표를내놓았다.

“(출연작 중) 안 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어요. 빛이 안 난다는 작품들 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큰 역할을 해야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로 접었어요.” 안성기는 “비중이 작아도 존재감이 있는 역을 하고 싶다”면서 “아무리 출연 분량이 적어도 제 마음에 드는 역을 해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후배 박중훈은 언젠가 안성기를 두고 “욕망과 에너지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안성기는 약간 부끄러운 얼굴로 “좋은 영화를 찍어서 관객이 크게 감동하게 하는 그 이상의 욕망이 있겠느냐”는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출연했던 영화가 흥행해서 정말 좋은 반응을 얻는 가운데 새 영화를 찍는 그때가 제일 배우로서 좋을 때에요. 그럴 때는 아주 황홀합니다. 요즘은 그런 게 너무 뜸하지만요. 하하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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