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한국인의 밥상` 오늘 방송
겨울바람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면 충남 보령 바다 깊은 곳에서 봄을 알리는 녀석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민다. 겨우내 오동통 살찌워 봄과 함께 돌아온 주꾸미와 키조개다.
보령시 무창포에서는 주꾸미잡이가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전통방식인 소라껍데기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데, 산란을 앞둔 주꾸미들이 어두운 곳을 찾아 들어가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하루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뜨끈한 주꾸미국과 매콤한 주꾸미찜으로 푸짐하게 차린 밥상을 마주하면 피로가 풀린다.
무창포 사람들에겐 주꾸미요리 하나하나에 저마다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 제사때나 명절에만 먹을 수 있었던 주꾸미호롱, 묵은 김치 송송 썰어 주꾸미와 함께 넣고 할머니가 지어준 주꾸미김치밥 등은 `그때 그시절`의 다른 이름이다.
새벽 5시 출항을 앞둔 키조개<사진> 어선들이 오천항을 깨운다. 키조개는 바다 깊숙이펄에 박혀 사는데, 잠수부가 보물찾기하듯 하나하나 손으로 캐내야 한다.
농사도구인 키를 닮아 이름붙여진 키조개는 60% 이상이 오천항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오천항 어민들도 과거에는 키조개를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었다. 키조개를 넣어 끓인 미역국은 고깃국만큼이나 귀했고, 관자를 두툼하게 썰어 삼겹살과 함께 구워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연합뉴스